경제·금융 정책

[경제팀 교체기 정책 골든타임 놓칠 판] 컨트롤타워 부재… 3분기 경기회복 갈림길서 허송세월 우려

7·30 재보선에 의원들 휴가철까지 겹쳐

2기 경제팀 출범해도 9월이나 가동될 판

수출·환율·부동산 정책 등 표류 불보듯

현오석(오른쪽 세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논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추후 국회 등과 의견 수렴을 더 거쳐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권욱기자


#. 서울 강남권 대치동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이규정 대치센트레빌부동산중개 사장은 요즘 주택거래 상황을 볼 때마다 안타까울 뿐이다. 전셋값이 많이 올라 차라리 집을 살까 하고 문의하는 고객은 많은데 정작 계약을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집값이 앞으로 오를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매수자들이 계약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주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확산시킬 정책 뒷받침이 약간 부족한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팀 출범이 지연되는 가운데 경기대응책이 적기에 나오지 못하면서 빚어지는 내수부진의 한 장면이다. 경제는 '심리'이고 정책은 '타이밍 싸움'인데 우리 정부는 하반기의 첫발인 7월 한 달의 대부분을 허송세월로 날리다시피 할 판이다.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을 감안하면 '현오석 경제팀'에서 '최경환 경제팀'으로의 전환이 빨라야 2~3주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 경제팀이 이달 중순께 무사히 출범한다고 해도 곧바로 경제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7월 중순부터는 7·30재보궐선거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게 되므로 경제·민생 이슈는 결국 월말까지 정치 이슈에 밀려 함몰될 수밖에 없다. 곧이어 8월에는 국회의원들의 휴가·외유 등으로 국회가 거의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결국 최경환 경제팀이 늦게나마 이달 중순에 선보여도 9월 정기국회 즈음에서야 제대로 일할 여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결국 3·4분기의 초·중반부 내내 '경제는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우리 경제가 3·4분기 중 더블딥과 성장경로 회복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정책실기를 피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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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환율 문제만 해도 정책적 대응 실기에 따른 우려가 내수·수출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내수 분야에서는 원화강세·엔화약세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주로 관광·유통·요식 분야 등 내수서비스업종 종사자들의 피가 마르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한 간부는 "원화강세·엔화약세로 예년보다 매장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20~30%나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나마 아직 꾸준히 유입되는 중국 관광객들이 이를 보완해주고 있지만 환율불안이 앞으로도 계속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중국 관련 악재라도 터져 유커(중국 관광객)마저 발길이 끊기면 타격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 수출업체들이 몰려 있는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한 관계자도 "환율하락(원화강세) 영향으로 공단에 입주한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이 떨어져 경영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환율에 대한 산업계와 시장 관계자들의 불안은 이처럼 심화하고 있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교체를 앞두고 있어 외환시장을 움직이기에는 입지가 좁고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등을 의식한 탓에 적극적인 발언을 낼 수 없는 상태다.

주택시장도 앞선 사례에서 보듯 숨죽이기는 마찬가지다. 최 후보자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에 대해 전향적인 완화 기조를 시사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규제가 풀릴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게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주택 매매거래가 살아나야 하우스푸어 문제도, 렌트푸어 문제도 함께 풀리고 이것이 가계부채 해소와 소비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 역시 새 경제팀 출범시기까지 최소 2~3주는 기다려야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책과제는 겹겹이 쌓이고 있다. 현오석 경제팀이 바통터치를 준비하고 있어 당초 6월 전후로 추진하기로 했던 정책들을 계속 미루는 추세다. 당초 5~6월 중 추진될 예정이었다가 정부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표류 중인 주요 경제정책 과제를 보면 자영업 경쟁력 강화 방안, 서비스 수출 활성화 대책, 잠자는 돈 활용 방안,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 방안, 중소·중견기업 해외진출 및 수출 지원 확대 방안, 중소·벤처기업 성장단계별 지원·규제 추가 개선 방안, 주택연금 공급확충, 물류서비스 효율화 방안 등 10여가지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중산층 기반 강화 방안도 3월부터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다. 당초 매년 6월 말 발표되던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정책 역시 최 후보자의 정식 임명이 예상되는 7월 중순으로 2~3주가량 늦어지게 됐다.

그렇다고 청문회 일정 등을 무시하고 경제팀 교체를 앞당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 후보자가 정식 임명되기 전까지는 일단 2기 경제팀 사령탑 중 먼저 안착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실상 경제 원톱으로서 역할을 분주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와 물밑에서 깊은 교감을 통해 사전에 정책방향을 조율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 수석이 정부 주요 경제부처, 여당과 만나 큰 틀의 청사진을 미리 준비해놓는 게 필요하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시급하게 시장에 시그널을 줘야 하는 정책기조나 사실상 방향이 굳어진 경기대응책이라면 다소 민감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청문회 등을 활용해 최 후보자가 임명 전 시장에 알려 정책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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