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기업대출 실패·엔론사태등 악재 잇따라
미국 제2의 투자은행 J.P. 모건 체이스가 여타 투자은행과의 합병설에 휘말리고 있다. 이는 공격적인 기업대출로 업계 수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엔론 및 글로벌 크로싱 사태에 발목이 잡혀 그 어느 때 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 배당금 삭감 및 합병설 부상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5일 J.P. 모건이 앞으로 배당금을 대폭 줄이거나 여타 투자은행과의 합병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월가를 중심으로 떠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유력한 합병 후보로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 딘 위터를 꼽았다.
J.P 모건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설에 대해 "배당금을 삭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여타 투자은행과의 합병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J.P. 모건의 명성이 퇴색함은 물론 상당한 궁지에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2년 전만 하더라도 J.P. 모건의 주가는 64달러에 달했지만 지난 2월에는 28달러수준까지 주저 앉았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지난 13일에는 35달러 선까지 회복하긴 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J.P. 모건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는 최근 J.P. 모건의 올해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당초의 3.15 달러에서 2.80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 공격적 기업대출 전략 차질
J.P. 모건의 주가가 급락하고 주당 순이익 역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금융시장의 불황이 반영된 것이지만 전략 자체가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J.P. 모건은 그 동안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보다는 기업대출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또한 닷컴 붐이 몰아 닥쳤을 때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닷컴의 거품 붕괴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됐다. 특히 엔론과 글로벌 크로싱의 파산은 설상가상의 악재가 됐다. 이들 업체에 대한 J.P. 모건의 대출금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엔론이 다이너지 인수를 시도할 때 J.P. 모건은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 주었으며, 인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기미가 보이자 엔론에 더 많은 자금을 대주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J.P. 모건은 올해 초 소비자 금융업체인 프로비디안 파이낸셜을 82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전략 수정을 모색하고 있지만 옛 명성을 되찾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태다.
정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