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문제를 풍부한 연극적 상상력으로 예리하게 파헤쳐 지난해 9월 서울연극제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극단 미추의 「춘궁기」가 올해 문예진흥원 우수레퍼토리로 선정돼 다시 무대에 오른다. (17일~29일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춘궁기」는 마른 땅처럼 갈라터진 현실에서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을 표현한 문학적 은유. 남북분단의 비극과 도시화에 따른 농촌의 피폐와 한때 대륙을 호령하던 이 땅이 남과 북으로 갈린채 서로 아옹다옹하며 살아가는 답답한 현실을 설득력있게 풀어 보여준다.
98년 삼성문학상 희곡부문에 당선된 이 작품은 젊은 작가 박수진의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엮어내는 줄거리의 구성력이 탄탄하다.
무대는 강원도 산골마을 와룡리.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 마을 뒷산에 사냥꾼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총성이 잦아진다. 마을 뒤쪽에 재개발구역이 생기면서 담당관청이 이 산의 사냥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사냥꾼 총소리에 놀란 큰 할매가 정신을 잃고 반쯤 미친 상태에서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속도를 더해간다. 큰 할매는 그곳에서 전쟁의 총성으로 얼룩진 과거의 환영을 보게 되는 것이다.
강대홍이 연출하고, 배우 김종엽·정태화·박혜진·이기봉·최수현 씨 등이 무대에 선다. 화~목 오후7시30분, 금~토 오후4시30분·7시30분, 일 오후3시·6시, (0351)879-3100
문성진기자HNSJ@SED.CO.KR
입력시간 2000/03/13 1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