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가 6개월여의 논란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융감독조직은 그대로 두되 금융감독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출범 이후 한때 소멸 대상으로 불렸던 금감위가 ‘공룡기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 셈이다. 감독기구를 통합한다는 당초 제도 개편취지는 사실상 백지화됐고 조사ㆍ검사 기능만 남게 된 금감원은 사실상 금감위의 ‘손발’로 전락한 꼴이다. 때문에 시민단체와 금감원 노조의 반발이 벌써부터 예사롭지 않다.
특히 ‘공권력적 부분’이 앞으로 갈등의 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들은 “공무원 조직인 ‘금감위’에 공권력적 부분을 모두 넘겨준다는 발상은 결국 ‘관치금융’의 길로 가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도 이 부분이 계속 말썽을 일으킬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감독체계 개편방안을 보면 외양상 구조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 혁신위는 “현 금융감독의 틀이 변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금융정책을 거시경제정책과 금융감독정책으로 분리시키고 금감위와 금감원간 권한과 역할을 분담하는 데 체계 개편의 초점을 맞췄다. 자연스럽게 금감위의 권한이 강화됐다. 우선 재경부가 갖고 있는 금융감독 관련 시행령이 금감위의 감독규정으로 내려온다. 금감위는 또 금융감독법률 제개정과 관련, 지금까지는 ‘협의권’만 갖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제ㆍ개정 요구권도 갖게 된다. 각종 금융관련 정책의 수정과 변화가 요구될 때마다 ‘재경부-금감위-금감원’ 등 3단계 논의구조를 거쳐야 했으나 앞으로는 ‘금감위-금감원’ 등 2단계로 축소된다. 윤성식 혁신위원장은 “금감위의 법령 제ㆍ개정 요구가 있을 경우 재경부는 이를 수용해야 하며 수용하지 못할 경우 사유를 밝혀야 한다”면서 법령 제ㆍ개정 권한이 사실상 금감위로 귀속됐음을 선언했다. 아울러 금감원이 해오던 업무의 상당 부분이 금감위로 넘어오게 된다. 혁신위는 “감독규정 제개정, 인허가, 제재, 불공정거래 조사 등에서 공권력적 부분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금감위에서 직접 수행하라”고 밝혔다. 금감원 직원 1,600여명이 ‘칼날’을 버린 채 조사와 검사만 하라는 얘기다.
혁신위는 금감위 인력에 이동이 없다고 밝혔지만 권한이 강화된 만큼 보충이 필요하고 대신 금감원은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감원 직원 일부는 ‘특수 공무원’ 형태로 금감위로 이동하겠지만 금감원의 외형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편안은 이 때문에 앞으로도 적지않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혁신위는 큼직한 원칙을 밝히고 정작 첨예한 갈등의 핵이었던 금감위ㆍ금감원간의 역할 조정은 윤증현 금감위원장에게 넘겼다. 혁신위는 양측의 권한 조정을 ‘필요한 범위 내에서’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규정했으며 양측이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갈등의 불씨는 고스란히 남게 됐고 후폭풍을 막을 모든 부담이 취임한 지 한달도 안된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몫으로 남게 된 것이다.
아울러 재경부ㆍ금감위ㆍ금감원 등의 반발을 사전에 감안한 듯 통합방안을 백지화한 것도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금감원 노조는 감독기구의 통합민간기구화를 요구하면서 앞으로 국회 입법과정에서 토론회ㆍ공청회ㆍ입법청원 등 대국민투쟁을 벌일 계획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김민열기자 m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