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소재 대학들에 따르면 취업준비에 용하다는 대학내 유명 스터디모임 선호현상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경쟁률도 치열해 지고 있다. 좋은 스터디모임에 들어가면 면접요령 등을 쉽게 얻을 수 있어 실제 채용과정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실제 스터디모임 지원절차는 기업채용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까다롭다. A씨는 "이름난 스터디모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나이, 학과, 거주지, 토익점수, 자격증 등 온갖 개인정보와 절절함을 담은 지원서를 메일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취업준비생 카페에 게재된 스터디 모집 글에는 재학 혹은 졸업한 대학과 학과, 나이, 성별, 거주지, 토익·토플 등의 공인영어성적, 해외거주기간, 영어 실력, 취업준비 기간, 스터디 참가 횟수, 과거 합격 여부 등의 정보를 빼곡히 요구하는 게시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기업 취업 스터디모임에서는 논술에 대비한 본인 작성글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방송국 취업 스터디모임은 본인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무조건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채용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은 이같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채용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터디모임이 있다면 실제 채용보다 더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고스펙을 요구하는 스터디모임들도 많아 지지만,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못들어가 안달이다. 한 취업준비생 B씨는 "취업이 목표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경험이 많고 실력이 좋은 스터디멤버와 함께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며 "대학생들이 스펙만으로 채용하는 기업을 비판하면서 스펙으로 스터디를 꾸리는게 모순적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스터디들도 보다 좋은 스터디멤버를 받기 위해 기존의 스터디멤버들이 어느 곳에 취업했는지 등을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한 취업포털이 전국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스터디멤버를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으로 스펙과 학벌이 각각 42.5%와 18.5%로 1·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유명 스터디모임 가입이 웬만한 기업 경쟁률과 맞먹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대학생 C씨는 "유명 스터디모임의 경우 적게는 수 대 일, 많게는 수십 대 일이라는 경쟁률을 뚫어야 겨우 가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터디모임 가입 경쟁률이 높아지는 것은 취업준비생들이 몰리고 있는 데다, 모임별로 1~2명 정도 밖에 뽑지 않기 때문이다. 스터디모임을 운영한다는 대학생 D씨는 "스터디 멤버중에 취직이 돼 공석이 되면 새 멤버를 뽑는 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지원자들에 비해 뽑는 인원이 턱없이 적다"며 "많은 학생들이 스터디모임 가입을 시도했다가 고배를 마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취업도 힘든데 전 과정인 스터디모임 가입부터 '퇴짜'를 맞으면서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더욱 자신감을 위축시킨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A씨는 "취업스터디 서류 통과가 공채 서류통과처럼 어려워진 것 같아 기가 막힌다"며 "같은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스터디모임에서도 거절당하니 기운이 빠진다"고 씁쓸해 했다.
임민욱 취업포털 사람인 팀장은 "스터디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하는 건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스펙만으로 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도 실무능력을 보기 위해 스펙 외에 다른 능력을 중시하는 등 채용을 다각화하는 상황에서 스터디가 스펙을 더욱 따지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