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준 선진국 보다 3∼4년 낙후/경제체질 강화 「고비용 저효율」 타파김영삼 대통령은 정보화의 이념, 목표, 추진원칙과 함께 6대 정책과제까지 제시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보화 전략」을 14일 발표했다. 이 선언은 정보화가 국가경쟁력 강화의 핵심 수단임을 대통령이 천명했다는 점에서 정보화의 중요한 전기로 기록된다. 이를 계기로 정보화의 당위성, 문제와 과제를 시리즈로 짚어본다.<편집자 주>
미국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나라였다. 그러나 초정밀제조기술 등 첨단기술을 앞세운 일본에 추월당해 한동안 「2위국」으로 물러나 있어야 했다. 그런 미국이 94,95년을 고비로 다시 경쟁력 1위로 올라섰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정보화의 승리」라는 데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한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정보화에서 앞선 이점을 충분히 활용, 다운사이징·리엔지니어링을 통해 기업활동 전반의 효율을 높였다. 또 「DOS 시대」를 「윈도 시대」로 바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기업군단은 각 분야에서 정보통신 기술혁신을 리드, 세계 정보통신시장과 환경을 「미국중심」으로 재편할 만큼 막강한 경쟁력과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보여줬다.
특히 클린턴과 고어라는 젊은 대통령과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93년 21세기를 겨냥한 차세대 인프라 「정보 초고속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국가정보통신기반(NII)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와 함께 통신서비스의 경쟁을 촉진하고, 통신과 방송의 제도적 장벽도 허물었다.
종전의 산업사회가 빠른 속도로 퇴조하고, 정보사회가 더욱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변혁의 물결 속에서 미국은 국가사회를 누구보다 발빠르게 「정보화」라는 패러다임으로 리엔지니어링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의 사례는 21세기를 앞두고 한 나라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국가사회의 시스템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추구돼야 하는가를 웅변하는 한 가지 모델로 평가될 만하다.
김영삼 대통령이 14일 제1차 정보화추진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보화 전략」을 발표한 것은, 우리나라 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을 정보화에 두겠다는 의지를 통치권자가 강력히 천명했다는 점에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우리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을 정보화로 극복하고, 삶의 질을 높여 21세기 선진사회로 올라서기 위한 방책으로서도 정보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미래전략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속적인 정보화정책을 추진해 왔다. 80년대 초반 만성적인 전화적체를 해소하고 국가기간 전산망 사업, PC보급사업 등을 통해 정보인프라 확충에 힘썼다. 또 2015년까지 45조원을 투입하는 초고속 정보통신기반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94년에는 정보화 전담부처로 정보통신부를 설치, 정보화추진의 근거와 뼈대가 되는 정보화촉진 기본법과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보화의 실상은 추진체계 정도나 세워져 있고 외형적인 성장률이 높을 뿐 내용면에서는 아직 선진국의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전산원에 따르면 94년 우리의 정보화수준을 1백으로 할 때 미국은 8백29,유럽 5백49,일본 3백61,싱가포르는 4백29에 달한다. 인터넷 이용자는 미국이 1만명당 6백71명, 싱가포르가 1백2명이지만 우리는 고작 22명에 불과하다. 정보통신 기술수준은 선진국과 3∼4년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전화시설은 세계 8위이지만 PC통신·위성통신·이동통신 등 고도통신 기반은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낙후돼 있다.
따라서 이번 정보화전략은 대통령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사회 각 분야가 정보화라는 목표를 향해 뛰는 분위기를 조성, 국가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정보화 선진국 진입을 앞당기자는 메시지를 온국민에게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특히 『우리 경제가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직면,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보화로 산업구조를 효율화,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보화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장기 처방임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또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통신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탈규제」정책을 펴고, 국민의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을 「기본권」으로 간주하는 한편 「정보시스템의 상호개방주의」, 「우선순위에 따른 전략적 투자」, 「정보화 역기능의 최소화」 등 범국가적인 정보화전략의 5대 추진원칙을 아울러 밝혀 주목받았다.<이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