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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연극연출가인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1863~1938)는 매일 살면서 행하는 지속적이고 예리한 관찰이 배우의 감각과 근육에 기억으로 저장된다고 했습니다. 스포츠에서 매우 효과적인 훈련 방법의 하나인 이미지 트레이닝도 이와 유사합니다. 좋아하는 선수나 자신의 체형과 비슷한 유명 선수의 자세·동작을 항상 생각하고 따라 하는 훈련입니다.
승마 동호인들도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합니다. 뛰어난 선수와 좋아하는 기승 스타일을 찾아 자주 보고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것이죠. 이런 기억을 토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끊임없이 찾아가면 자신도 모르게 기량이 향상되고 있음을 느낄 겁니다. 많은 승마 고수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 유튜브 등을 통해 좋아하는 외국 선수의 동영상을 본다고 합니다.
초중급 동호인의 경우에는 외국 선수의 영상은 참고사항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국내의 말과 다르고 기승자의 체형과 기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 현실에 맞는 방법은 한국인 고수를 만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을 일일이 찾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죠. 좋은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양한 승마 이벤트를 관람하는 겁니다. 최근 제 직장인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몇몇 말 관련 단체에서 승마 갈라쇼 같은 공연을 자주 열고 있습니다. 이런 공연의 출연진은 대부분 정상급 선수와 전문가들입니다. 공연의 재미를 만끽하면서 승마 기량도 높이는 방법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이달 중순에도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공연 이벤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한국마사회에서 개최하는 승마 공연에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한국마사회 교관·코치들이 대거 출연해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처음 이 공연을 통해 승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말과 기승자가 보여주는 다양한 동작과 발걸음을 접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는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관람 방법을 설명하겠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경기 룰을 알아야 하고 어느 정도 전문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승마장에서는 선수와 말의 집중력을 위해 정숙을 유지해야 하니까 분위기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말이 예민하고 승마가 고도의 집중력 경기라는 사실을 알면 이해가 될 겁니다. 최근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다양한 형태의 경기를 먼저 경험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컨대 음악과 함께하는 마장마술의 프리스타일, 장애물 경기에 재미있는 규칙을 가미한 헌터 경기 등입니다. 얼마 전 참가해본 헌터 경기는 동호인들도 도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마 경기나 이벤트에 대한 정보는 대한승마협회(kef.sports.or.kr)와 호스피아(www.horsepia.com) 사이트에 공지되니 수시로 확인하면 좋겠지요. 롤모델을 찾고 그들의 스타일을 기억해두면 승마를 보는 눈이 길러지고 어느 순간 그들처럼 돼 있을 거라 믿습니다. /'1000일간의 승마표류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