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설계사 수수료 제도 변경에 시장 파열음

현실 무시한 급진 정책… "계약유지 효과 없고 설계사만 잡아"<br>수당 30% 줄어 이탈 가속… 영업 조직 흔들릴 수도<br>해약환급금 늘어난만큼 단기해약 부채질할 우려<br>은행 방카 판매 힘 실어줘… 설계사 입지 더 좁아질 듯


최근 금융 당국이 수정 발표한 보험 설계사 수수료 지급 체계 변경이 시장에 강한 파열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정안은 계약 체결 때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의 첫해 지급률을 낮춰 계약 유지율을 높이려는 데 주안점을 맞췄지만 설계사의 수입감소만 부추길뿐더러 계약 유지율 개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약 환급금을 높이려는 이번 조치가 도리어 장기 상품인 보험의 단기 해약을 유인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방카슈랑스 판매시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인 조치도 방카 채널의 경쟁력을 높여 설계사 위상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 모르는 정책… "분급 확대 실효성 낮고 설계사만 잡아"=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내놓은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저축성보험 판매시 첫해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 비중은 전체의 60%, 2015년에는 50%까지 떨어진다. 현재는 첫해에 수수료의 70%를, 나머지 30%는 통상 3~4년에 걸쳐 나눠주고 있다. 종신연금 판매 때 받는 첫해 수수료도 현행 75%에서 2015년에는 55%로 20%포인트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설계사들은 계약 유지가 돼야 수수료를 다 챙길 수 있어 계약 유지율이 개선될 것으로 당국은 본다. 고객 입장에서는 낸 보험료에서 첫해 설계사 수수료로 빠지는 돈이 줄어 계약 해지시 환급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시장의 영업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생보사의 한 고위 임원은 "50%로 첫해 수수료 지급률을 낮추면 초회 수당이 기존보다 크게는 30%가량 줄어 교통비 등 활동경비를 빼면 수입이 최저 생계비 수준 이하로 떨어져 일을 관두는 설계사가 나올 것"이라며 "영업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말하는 순기능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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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수수료 첫해 지급률을 70%로 낮췄지만 첫해 지급률이 크게 높았던 2011년 회계연도와 비교할 때 유지율은 같거나 오히려 2011년(13회차 유지율 79.7%, 2012년은 79.6%)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환급금과 관련해서도 '오십보백보'라는 반론이 나온다.

연금보험의 경우 현행 75%(첫해 지급률)일 때는 첫해 환급금이 낸 보험료의 55% 수준인 데 비해 55%(지급률)로 낮추면 66%(환급금)까지 올라간다. 다만 1년 이후로는 환급금 증가가 크게 둔화돼 2년째는 4.14% 증가에 그치고 3년째부터는 차이가 없다시피 하다.

중형 생보사 임원은 "일반 저축성보험도 아니고 장기적인 은퇴자산 마련을 위해 가입하는 종신연금마저 분급 대상에 넣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카 채널 쏠림 우려 시선도=당국은 또 방카 판매시 보험사가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 규모를 현행 설계사 채널의 70%에서 2014년 60%, 2015년 50%로 줄이도록 했다. 은행에 첫해 주는 수수료 비중도 현행 70%에서, 2014년 40%, 2015년 30%까지 깎았다.

보험사로부터 받는 판매 수수료가 줄어들 처지가 된 은행은 박리다매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환급금이 설계사 채널보다 더 높다는 점을 적극 내세울 경우 신계약의 은행 쏠림이 나타날 것으로 보험사들은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개인사업자인 설계사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계사 채널 비중이 높은 보험사와 그렇지 않은 보험사 간 이견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보험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채널 다변화 등을 감안할 때 설계사 채널 위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설계사의 자생력을 높여주려는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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