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EO와 차한잔] 이경준 KTF 사장

"업계1위 도약 결심 꼭 지킬겁니다" "한번 결심한 것은 반드시 지킵니다. 결심만 확실하다면 세상에 못할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취임 50일이 돼 가는 이경준(54) KTF 사장에게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가난 때문에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산우체국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그가 연간 매출액이 6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사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성공했다는 의미로 말들을 하시는 것이겠지만 '입지전적'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신분의 귀천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아 달갑지 않습니다. 누구나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고 주어진 환경에서 어려울 때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생각을 갖고 묵묵히 내 길을 걸어왔을 뿐입니다." >>관련기사 그러나 그의 말에는 다분히 겸손함이 깔려 있다. 전북 김제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이 사장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졸지에 가족의 생계를 떠안아야 했다. 주경야독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68년 말단 공무원시험(5급을)에 합격, 군산우체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가 맡은 첫 업무는 기업체를 돌아다니며 고장난 무전기를 수리하는 것. 말 그대로 '주경야독'하며 정상의 자리에 오른 자수 성가형 인물이다. 지난 78년 방송통신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92년 불혹의 나이를 넘긴 44살에 비로소 '학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78년에는 제14회 기술고시에 합격했으며 91년에는 엔지니어 사회의 최고 명예 작위인 기술사 자격을 따냈다. 이외에도 지난 73년 공무원 대상 해외연수 시험에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독일 우정성에서 네트워크 설계 등 통신 신기술을 익혔다. 지난 86년부터 88년까지 3년간 미국 AT&T에 파견 근무하는 등 사내외 연수과정을 통해 다양한 해외 경험도 갖췄다. 이렇게 오래 동안 갈고 닦은 이 사장의 능력은 90년대 중반에야 비로소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때는 우리나라 통신이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때다. 그의 활약과 통신산업의 발전과는 상관 관계가 있다. 그는 지난 94년 KT 광대역ISDN 개발추진단, 초고속통신관리단 등의 국장으로 재임하며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개발을 주도했다. 97년에는 KT의 네트워크본부를 거쳤으며 PCS사업의 맹아기라 할 수 있는 98년부터 2001년까지는 KTF 네트워크부문장으로 있으면서 경쟁사를 능가하는 통화품질 개발의 기초를 다졌다. 이 사장은 이후 KT 수도권서부본부 본부장을 거쳐 지난 2월에는 KT의 '두뇌산실'이라 할 수 있는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민영화추진단을 이끌며 KT 민영화에 기여해왔다. 처음 맡는 대표이사 자리의 무게에 대해 그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이 사장은 "경영상 중대한 결정을 직접 내려야 한다는 점이 임원과 대표이사와의 가장 큰 차이"라며 "그 동안 KTF의 사내 이사로 있으면서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 회사를 경영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KT아이컴과의 합병에 대해 그는 가능하다면 연내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 사장은 "합병에 대해서는 조기 통합의 방침은 정한 만큼 매출 증대와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임으로써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최대한 이른 시기에 추진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F 지휘봉을 쥔 그는 요즘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바로 업계 1위인 SK텔레콤을 따라 잡는 것. 그는 "차세대 데이터 서비스 분야의 주도권을 잡겠다"며 "본격화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시장은 음성시장의 2위 KTF가 국내 1위, 나아가 글로벌 톱 10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KTF가 동기식 IMT-2000 시장에서는 이미 SK텔레콤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달부터 단말기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가입자가 더욱 급속도로 늘어 8월 말 현재 약 1만4,000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KTF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TF가 이미 기술력과 인프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치밀하고 체계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 나이키나 맥도널드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휴대전화 요금 인하와 관련, 그는 "KTF는 현재로서 요금인하의 여력이 없다"며 "특히 동기식IMT-2000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본격 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망이나 서비스 투자에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반기에 흑자가 났기 때문에 발생하는 수익을 모두 요금인하에 활용해야 한다면 통신 업체는 물론 관련 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엔지니어 출신인 이 사장이 하루가 다르게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는 이동전화시장에서 업계 1위라는 '꿈'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약력> ▲ 48년 전북 김제 출생 ▲ 68년 군산우체국(5급을) ▲ 78년 제14회 기술고시 ▲ 80∼86년 장거리전신전화건설국ㆍ중앙전신전화회선통제국 ▲ 86∼88년 미국 AT&T 파견 ▲ 91년 전기통신기술사 ▲ 94년 한국전기통신공사 광대역ISDN 개발추진단사업계획국장 ▲ 97년 한국전기통신공사 네트워크본부 시설운용실장 ▲ 98년 한국통신프리텔 네트워크부문장 ▲ 2002년 KT 기획조정실장(전무이사) ▲ 2002년 8월2일 KTF 대표이사 사장 정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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