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 연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국내 연구에서 백혈병과 폐암 유발인자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의 기흥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사망한 후 반도체 산업 근로자의 백혈병 위험도를 알아보기 위해 2008년 실시한 집단 역학조사의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백혈병이 발생한 사업장 및 유사공정 사업장(3개사)의 웨이퍼 가공라인(5곳)과 반도체 조립라인(4곳)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3년간 실시됐다.
조사 결과 폐암 유발인자로 알려진 비소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이온주입 공정에서 0.011~0.071㎎/㎥이 검출돼 노출기준(0.01㎎/㎥)을 초과했다.
특히 이온주입 공정 유지보수작업을 하는 협력업체 근로자의 노출위험이 커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 일부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했지만 검출농도는 가공라인에서 최대 0.00038ppm, 조립라인에서 최대 0.00990ppm으로 둘 다 노출기준(1ppm) 보다는 훨씬 낮았다.
또 다른 백혈병 유발인자인 포름알데히드 역시 부산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라인에서는 최대 0.004ppm, 조립라인에서는 최대 0.015ppm으로 이 역시 노출기준(0.5ppm)보다는 낮게 검출됐다.
박정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은 "노출기준보다 검출량이 적다는 것은 같은 환경에서 하루 8시간씩 평생 근무를 해도 병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연구 대상에 포함된 3개 업체에 대해 ▦국소환기장치 보완 ▦작업환경 측정 ▦특수건강진단 추가 실시 ▦협력업체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 등을 마련하도록 시정 조치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부산물로 발암성물질이 발생하는 유기화합물을 안전한 물질로 대체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번 연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반도체 업체도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