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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8'
한화L&C가 지난 2008년 휴대폰 핵심소재인 FCCL(연성동박적층판)을 국산화해 한국시장에서 일본업체를 퇴출시켰던 신화 재현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한화L&C가 들고 나온 무기는 스마트기기 터치스크린패널의 핵심소재인 ITO(산화인듐주석)글라스와 ITO필름. 이들은 전기가 잘 통하는 투명한 유리와 필름으로 전자소재의 핵심 재료로 널리 쓰이는 필수 제품이다. 불행히도 이를 생산하는 국내업체는 없고, 일본ㆍ중국ㆍ대만업체들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ITO글라스와 ITO필름 독자 개발에 성공한 한화L&C는 최근 양산을 위한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 중이다. 회사는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을 갖춘 ITO글라스를 내놓고 대면적 터치스크린패널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ITO필름 국내 시장은 니토, 텐코 등 일본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한화L&C의 출현으로 이 시장은 내년 초 일대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한화L&C는 생산설비 신설을 끝내고 본격 양산을 시작, 내년 1ㆍ4분기에 '한화표 ITO필름'첫 선을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출시도 안했지만 국내는 물론 중국업체들은 벌써부터 한화L&C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며 "심지어 양산 전임에도 불구하고 대량 공급계약 체결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또 "국내 생산기업이 없어 불량률이 높고 가격이 비싼 중국, 대만산 제품들이 판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화L&C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들 제품을 대체해 국내 터치스크린패널 산업 발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어겐 2008'을 외치고 있는 한화L&C의 국산화 성공 스토리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산 소재가 국내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당시 한화L&C는 연성회로기판 소재인 FCCL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FCCL은 휴대폰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뿐만 아니라 폴더폰처럼 반복적인 굴곡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소재로 국내 휴대폰 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소재다. 그러나 당시 아리자와 등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100% 선점하고 있어 FPCB(연성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와 삼성전자 등 완성품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에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FCCL 시장을 한화L&C가 확 바꿔 버렸다. 품질과 성능은 비슷하면서 값은 10분의1밖에 안 되는 제품을 내놓은 것. 기세등등 하던 일본제품들이 뒷걸음치기 시작하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 보따리를 쌌다. 한화L&C가 가격경쟁력 확보는 물론 부품 공동개발을 통한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크게 이바지했음은 물론이다.
회사 관계자는 "2008년 설 자리가 없어진 일본업체들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며 "한화L&C는 국내 FCCL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일본산에 의존하던 관련 시장의 국산화를 이루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한화L&C가 생산하고 있는 FCCL은 현재 스마트폰, 테블릿PC, 자동차전장, 우주항공분야 등 정밀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소재로 다방면에 사용되고 있다. 또 절연 필름인 폴리이미드필름, 동박, 특수접착제로 구성된 FPCB의 주요 소재로써 전자제품의 경박단소화 추세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이 회사는 터치스크린 패널 공정에 들어가는 OCA(광학성 점착필름)도 개발을 끝내 FCCL과 병행 생산을 위해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생산라인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또FPCB의 핵심소재인 CCL, 커버레이, 본딩시트, 전자파 차폐필름, 전도성 양면테이프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자기기 핵심소재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창범(사진) 대표는"터치스크린패널 산업의 기초 소재인 FCCL부터 핵심소재인 ITO글라스와 ITO필름 등의 생산이 가능해졌다"며 "다년간 축적된 전자소재 분야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유일의 터치스크린패널 소재 토털솔루션 제공기업으로 자리매김해 글로벌 첨단소재 기술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혀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