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4곳 시정령…태평양·LG엔 과징금도'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유통업자에 판매가격을 지시하고 멋대로 상품공급을 중단하는 등 횡포를 일삼아온 ㈜태평양ㆍ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 등 판매업자에 가격을 지시하고(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이에 불응할 경우 상품공급을 중단하는(구속조건부 거래행위) 등 갖가지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태평양 등 5개 화장품 제조회사와 로레알코리아 등 4개 화장품 수입판매사에 과징금 및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특히 태평양과 LG생활건강은 판매가격을 지시하면서 제품공급 중단, 거래중지 등의 실력행사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각각 3억9,000만원, 3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개별 사업자에 시정명령을 내린 경우는 있지만 화장품업계 전체에 무더기로 시정조치를 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이번 조치로 그동안 관행으로 묵인돼왔던 화장품 제조ㆍ수입사의 판매업자에 대한 횡포가 근절됨으로써 유통시장의 자유로운 가격할인 등 경쟁풍토가 조성되고 소비자의 이익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정명령 대상업체는 태평양ㆍLG생활건강ㆍ코리아나화장품ㆍ한국화장품ㆍ애경산업 등 5개 화장품 제조회사와 로레알코리아ㆍ금비ㆍ금비화장품ㆍ금비인터내셔널 등 4개 화장품 수입회사다.
이밖에 LG생활건강ㆍ코리아나화장품ㆍ애경산업ㆍ로제화장품ㆍ에바스ㆍ라미화장품ㆍ피어리스 등 8개사는 350개 화장품 소매점(전문점)이 공동 설립한 화장품랜드21에 일체 자사제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담합했다가 시정명령을 받았다.
특히 태평양은 시중판매ㆍ방문판매 등 유통단계별로 상품가격을 정하고 가격을 지키지 않는 대리점ㆍ소매점ㆍ방문판매원에 대해 상품공급을 중단하고 거래 자체를 중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리점의 도매상거래, 소매점간 상품이동 금지에 대해 갖가지 제재를 가하고 판매지역을 벗어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품을 빼앗아갔다.
LG생활건강은 대리점이 인터넷 쇼핑몰과 소매점과 거래해 싼 값에 화장품을 판매하면 즉각 대리점에 공급을 중단했고 도매상과 거래하는 소매점이 있으면 관할대리점을 통해 있던 제품도 빼앗아 회수해갔으며 경위서까지 작성하도록 하는 등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러왔다.
수입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코리아는 대리점에 경쟁회사 제품을 취급하지 않도록 하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했다.
공정위는 지난 2000년 화장품법 시행 규칙이 바뀌면서 특정 외국 화장품을 1개 국내 수입사가 독점 판매하는 상황이 발생, 유통시장의 경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다수의 수입자가 특정 외국 화장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해당규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