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와 재상은 서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군주는 재상 없이 영토를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없고 재상은 군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재상이 군주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거나 군주가 재상의 조언을 듣지 않을 경우 왕국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서로 협력과 대립을 반복하며 공존하는 군주와 재상처럼 두뇌 속 이야기를 분석한 책'주인과 심부름꾼'은 좌반구와 우반구가 협력과 대립을 반복해왔다고 말한다. 책은 좌뇌와 우뇌라는 반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연구를 분석하고 서구 문명의 역사가 두 반구의 끊임없는 충돌에 받은 영향을 설명한다. 저자는 두 반구가 그저 다른 특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두 반구는 공존하는 동시에 서로 '권력투쟁'을 한다는 것. 현대 서구 문화의 많은 부분이 그 작동으로 설명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논지다. 저자는 옥스퍼드에서 신학과 철학, 영문학을 공부했고 뒤늦게 의학 공부를 시작해 존스 홉킨스에서 뇌영상을 연구하고 런던의 베들림 및 모즐리 왕립병원의 정신과 원장을 지냈다. 저자의 다양한 학문적 발자취처럼 책 역시 신경학에서 심리학, 심리학에서 철학, 철학에서 영장동물학, 신화에서 역사와 문학 등으로 종횡무진한다. 책은 2부로 구성돼있다. 1부에서는 두뇌 구조와 진화 과정을 살펴보고 2부에서는 두뇌의 진화과정을 통해 서구 문화사를 조명한다. 저자는 좌반구가 세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초점이 좁고 경험보다 이론을 높이 평가하며 기계를 선호하고 명시적이지 않은 것은 무시하며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 확신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우반구는 세계를 훨씬 더 넓고 관대하게 이해하지만 좌반구의 맹공격을 뒤집을 만한 확신이 없다고 말한다. 우반구가 아는 내용은 좌반구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다측면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좌반구, 우반구의 차이가 절대적이지 않지만 작은 차이가 커질 순 있다고 말한다. 각 반구는 능동적으로 모든 일에 관여하지만 각기 세계를 이해하는 고유한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반구는 사안을 종합적을 판단하지만 어느 한쪽 반구가 본 세계가 최종적으로 우세할 경우에는 '승자독식'을 한다. 즉 한쪽 반구의 효율성이 다른 쪽 반구의 85%에 불과한 경우 우리 두뇌는 작업을 85:100으로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이 높은 쪽에 아예 전체를 맡기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승자독식 효과가 누적되면 전반적으로 큰 편향을 형성하기 때문에 영향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좌반구의 세계라고 말한다. 처음에 좌ㆍ우반구가 각기 특징적인 기능을 발전시키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각자의 기능을 실행해나가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각 반구의 자의식이 획기적으로 성장해 협력이 어려워지면서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다 좌뇌가 지배하는 부분이 커졌을 거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 결과& 구조와& 기계장치에& 사로잡힌&, 엄격하고& 관료적이며& 비인간적인& 사회가& 형성됐고& 그& 대가로& 인류의& 행복이& 사라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재상이 군주를 밀어낸 왕국의 이야기처럼 멸망하지 않으려면 뇌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