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종교인 과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만 해도 정부 의지는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종교계 일부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부 측 입장은 그야말로 갈지자걸음이었다. 종교계가 우려한 세무조사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가산세 규정을 없애는 것은 물론 근로장려금(EITC) 등 파격적 혜택을 포함하면서까지 과세 방침을 후퇴·변질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회 논의과정은 더욱 한심하다. 기재위 조세소위가 정부·국회·종교단체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음에도 2월 한 차례 간담회를 연 뒤 국회 차원에서 더 이상 아무런 논의도 진전시키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으로부터는 해괴한 자기변명 논리가 들려오고 있다. 기재위원장인 정희수 의원(새누리당)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종교인의 소득은 우리가 세금을 내고 난 뒤 남은 돈으로 헌금한 것이기 때문에 종교인 과세는 이중과세"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이런 식이라면 세후(稅後) 소득자를 고객으로 하는 모든 영업행위는 이중과세인 만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마저 종교인 과세 부분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다. 종교계 중 조계종은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고 가톨릭 성직자는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스스로 흔들어온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