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기 동아시아 최대이자 세계역사를 바꾼 사건인 중국과 일본의 전쟁, 즉 중일전쟁의 전쟁사를 다룬 책이 나왔다. 한 포털사이트 군사 관련 카페에서 활동하며 '밀덕'으로 불리는 군사 마니아가 쓴 글이다.
직업은 공무원이지만 전쟁사를 전공(조선공학)보다 더 좋아해 마니아가 됐다는 저자는 수십년간 전쟁사 책들을 독파하고 또 중국 근현대사에 꽂혀 이 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쓴 글들을 바탕으로 펴낸 책은 1937년 7월 이른바 루거우차오(노구교) 사건으로부터 시작돼 1945년 8월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8년 1개월간 벌어졌던 중일전쟁을 전쟁사 위주로 살핀다.
일반적으로 그동안의 국내 중국사 연구는 크게 2가지로 나눠진다.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당의 최종 승리를 다룬 '중국혁명사' 계통과 함께 장제스를 중심으로 일시적인 중국 통일과 대륙 상실로 이어지는 중화민국사다. 때문에 중일전쟁은 이 전쟁을 통해 어떻게 중국공산당이 승리하고 국민당이 패퇴했는가 하는 정치적이고 사회·경제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졌다.
'중일전쟁'의 저자는 덜 주목을 받았던 중일전쟁의 전쟁상황을 따라간다. 만주사변, 상하이공방전, 쉬저우회전, 백단대전 등 중일전쟁 중의 중요한 전투가 상세하게 서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의 시각은 주로 전투를 담당한 일본군과 중국군(국민당)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이 중일전쟁에서 공산군(팔로군)이 일본군을 주로 상대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중일전쟁의 주역은 장제스와 국민정부군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중국 공산당이 항전의 일익을 담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정부군의 사상자가 공식적으로만 321만 명에 달했고 장성급 지휘관도 200명 이상 전사하는 등 장제스와 국민정부가 연합군의 승리에 무임승차한 것은 아니라는 게 책의 설명이다.
저자는 중일전쟁을 단순히 남의 나라 역사로 소개하기보다는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에도 관심을 뒀다. 2011년 영화 '마이웨이'의 소재가 됐던 '노르망디의 한국인'과 중일전쟁과의 연관성, 광복군의 창설과 확대, 중국이 광복군 원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 등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도 해설한다.
전쟁 진행상황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를 다루다 보니 900페이지가 넘는다. 하지만 빠른 진행과 생동감 넘치는 서술은 두께와 상관없이 쉽게 읽히는 책을 만들었다. 3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