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명품 장수기업 키우자] <6> 독일 히든챔피언들이 전하는 조언

프리트헬름 로 리탈 대표 "좋은 아이디어로 끝없이 진화를"

사내 아카데미로 직원 능력 키워 제조업·IT융합 시스템사로 변신

안정·연속성으로 獨 경제의 중추



독일의 장수기업들은 핵심 기술력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나가는 게 대표적인 특징이다. 세대를 넘어 경영을 이어가는 가족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에 신뢰와 혁신을 더해 성장을 거듭해나가며, 주인이 바뀌어도 기업 고유의 철학은 명맥이 유지된다. 리탈(Rittal)의 프리트헬름 로(Friedhelm Loh) 대표와 파이퍼바큠(Pfeiffer Vacuum)의 만프레드 벤더(Manfred Bender) CEO의 목소리를 통해 명문 장수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들어본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속적인 진화입니다. 이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산업용 인클로저 시스템 글로벌 시장점유율 60%로 1위인 독일 리탈(Rittal)의 프리트헬름 로(Friedhelm Loh) 대표는 "명품 장수기업이 되려면 말 그대로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때때로 그릇된 아이디어를 선택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더 많으면 기업은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로 대표는 내부에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등 직원들의 지식과 능력에 투자했다. 그는 "회사 아카데미 없이 미래 발전은 상상할 수 없다"며 "직원 교육과 네트워킹은 필수적 요소"라고 역설했다. 결국 기업의 핵심자산은 전체 1만1,500여명의 직원이라는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연구개발(R&D)로 이어진다. 리탈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개발과정에 도입하는 다양한 툴을 만들었다. 로 대표는 "새로운 R&D 산물은 개발 부서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참여한 결과"라며 "글로벌 고객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일 서부 소도시 헤르본에 본사를 둔 리탈은 1947년 산업용 금속소재 생산으로 시작해 1960년대 생산설비를 컨트롤하는 산업용 인클로저 제조업으로 탈바꿈한 뒤 현재는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통한 시스템 회사로 거듭났다. 성장 과정에서 과감한 인수합병(M&A)을 추진, 지난해 소프트웨어 업체 커티그를 리탈이 속한 프리트헬름도 그룹에 편입시키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만 3건을 성사시켰다. 그는 "인클로저의 건설, 생산, 부품까지 모든 것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사가 시간을 절약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밝혔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약 22억 유로(3조원)이며 독일, 유럽, 기타 국가에서 3분의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기업의 이점은 한껏 발휘됐다. 그는 28살 때인 1974년 아버지 루돌프 로(Rudolf Loh)가 사망한 이후 경영을 맡기 시작했다. 로 대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속도와 독립성이 바탕이 됐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족기업의 안정성과 연속성은 위기가 찾아와도 독일 경제의 중추임을 확실히 보여준다"고 설파했다.


만프레드 벤더 파이퍼바큠 CEO "직원 노하우가 지속 성장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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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직원 기술, 신규사원에 전수

매출 5% 이상 매년 R&D에 투자


글로벌 진공펌프 기업인 독일 파이퍼바큠(Pfeiffer Vacuum)의 만프레드 벤더(Manfred Bender) 최고경영자(CEO)는 "젊은 직원들을 최대한 빨리 기업에 통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2,200명 직원들의 노하우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열쇠"라고 밝혔다.

1890년 아르투어 파이퍼가 독일 아슬라에 설립한 파이퍼바큠은 가족기업으로 시작했다가 창업자 가문의 가업승계가 불가능해진 뒤 1996년 주식회사로 바뀌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벤더 CEO는 네트워킹 시스템을 통해 기존에 숙련된 직원들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새로운 직원들에게 원활하게 전수하는 것이 영속성을 이어가는 비결로 제시했다. 그는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직원 90% 이상이 진공펌프 생산 관련 직업교육 또는 고등교육을 수료해 전문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파이퍼바큠은 주인이 바뀌어도 기업은 명문 장수기업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다. 본사 직원 중 95%가 정규직이고, 대부분 30년 가까이 근속할 정도로 고용안정성도 보장됐다. 그는 "우리는 125년 역사의 전통적인 기업임에도 언제나 신생기업처럼 유연함을 유지하기 위해 힘쓴다"고 역설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4억유로(5,5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2.4%다. 기업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터보펌프 분야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벤더 CEO는 "지속적인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 없이 연구개발(R&D)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의 반도체 기업도 주요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파이퍼바큠은 직업훈련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와도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업교육생을 매년 30명 정도 회사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고급인력으로 양성시키는 것. 트레이닝이 끝난 뒤에 반드시 이 곳에 입사해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순수하게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인 셈이다.

아울러 파이퍼바큠은 경영이사회 외에 별도로 감독이사회를 두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6명으로 구성된 감독이사회에는 근로자 대표 2명이 포함돼 있고, 벤더 CEO도 지난 2007년 감독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선임됐다.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재정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이며 상시적으로 경영진에 의견을 제출한다. 벤더 대표는 "경영진을 관리하고 감시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진 위원회로 4명은 주주가, 2명은 근로자들이 선출한다"면서 "이들이 주주들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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