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24일] 상하이엑스포와 WBC

한ㆍ중ㆍ일의 경쟁이 될 2010년 상하이엑스포의 준비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 현지에 머물렀던 지난 18일, 공교롭게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한ㆍ일전이 열렸다. 올해 WBC에서만 이미 2차례 맞붙어 1승1패의 성적을 거둔 상태였던 만큼 경기에 대한 관심도 컸다. 결과는 한국의 4대1 승.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엑스포 현장을 방문했을 때 기자는 낯이 뜨거웠다. 한국관과 일본관의 격차가 너무 뚜렷했기 때문이다. 바로 옆으로 붙어 있는 한국관과 일본관은 두 곳 모두 부지면적이 6.160㎡로 주요 선진국과 같은 규모다. 하지만 일본관 부지는 건물을 짓기 위해 말끔하게 단정돼 있는 반면 한국관 부지는 잡초만 무성했다. 상하이 도착 때부터 중국 측 엑스포 준비위원회의 관계자들이 한결 같이 “한국의 준비가 너무 더디다”, “한국관 건물 시안도 공개가 안돼 홍보 영상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등의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던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상하이엑스포는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전세계를 대상으로 위용을 뽐내고 싶어하는 국제행사다. 예상 관람객만 7,000만명으로 참여국가와 국제기구 수에서도 역대 최대다. 더구나 상하이엑스포 관람객의 95%가 중국인이어서 중국 시장을 노리는 한국과 일본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경쟁에서 이미 한국은 뒤지고 있다. 한국관 시설공사야 우리의 ‘빨리빨리’ 노하우를 살려 충분히 일정에 맞출 수 있다. 문제는 콘텐츠다. 한국이 296억원의 정부예산을 책정한 반면 일본은 130억엔이다. 21일 기준 환율로 위안화로 비교할 경우 1억4,434만위안(한국)대 9억2,399만 위안(일본)이다. 6.4배 차이다. 김정기 상하이 총영사가 “콘텐츠에서 밀려 한국관 관람객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일본은 난징 대학살의 기억을 떨쳐버리려는 듯 상하이 엑스포를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정말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되려 중국의 감정만 자극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야구의 세계 4강이 기적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결승까지 진출했던 데는 김인식 감독 등 지도부의 ‘치밀한 전략’ 덕이다. 그런 전략을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아직 먼 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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