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인권 변호사가 말하는 진실과 정의

■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br>김형태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법에는 중간이란 게 없다. 순 빨강과 순 노랑 사이에는 무수히 다양한 주황색이 있지만 법은 이런 스펙트럼의 세계를 모른다. 너 빨갱이야, 아니야. 너 살인에 가담했어, 안 했어. 순 빨강과 순 노랑은 억울하지 않겠으나 중간에 끼인 무수히 다양한 주황색들은, 빨강 아니면 노랑 둘 중 하나로 딱 부러지게 갈라야 직성이 풀리는 법 앞에서 그저 억울하다 눈물 흘릴 일밖에 없다.' (본문 49쪽)


인권 변호사 김형태가 말하는 우리 시대 진실과 정의를 담은 책이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을 주도했고 천주교 인권위원장을 지냈다. 1980∼1990년대 주요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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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우리가 모두 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복음과'어리석은 중생들이 그 모습 그대로 다 부처'라는 깨달음의 법률적인 번역이라고 말한다. 그가 사형제 폐지와 인권 옹호에 늘 앞장서왔던 것은 바로 이 헌법 제10조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언제나 권력의 이름으로 진실이 왜곡되는 현장에서 '인간의 존엄'을 변호했다.

김형태 변호사가 법정에서 마주한 사건들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서'인간으로의 존엄'이라는 말의 뜻을 다시금 곱씹게 된다. 이 밖에도 책은 현대사를 뒤흔든 각 사건의 개요와 법정 공방,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까지 충실하게 담고 있다. 한겨레 신문 토요판에 연재된'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을 묶었다. 1만 8,0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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