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4> 세계 건강도시, 독일 바트 뵈리스호펜<br>"머무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느낌" 매년 내외국인 90만명이상 찾아<br>다양한 시설에 문화행사도 풍성 시골 마을서 치유산업 중심지로
| 독일 시골의 한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뵈리스호펜은 이제 연간 9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숲 치유 중심지가 됐다. 노인들이 뵈리스호펜 중심인 크나이프 거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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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인은 물론 스페인 등 유럽 각지에서 온 휴양객들이 독일 뵈리스호펜시 쿠어파크에 마련된 크나이프시설에서 물치료요법을 체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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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엔 에퀴텍 뵈리스호펜 쿠어디렉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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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온 발틱(73)씨는 1년에 한 두차례 남편과 함께 독일 곳곳의 휴양 및 치유시설에 머물며 노후를 보낸다. 다국적 식품회사인 네슬레에서 근무하다 10여년전 은퇴한 그녀는 올해 6월에는 독일의 대표적 치유도시인 바드 뵈리스호펜(Bad Worishofen)을 찾았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곳에서 건강검진도 받고 휴양을 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뵈리스호펜에 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처럼 잘 조성돼 있어 이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뵈리스호펜에 2주간 머물 예정인 그녀의 총 예산은 약 4,000유로(약 600만원). 이 돈의 대부분은 그녀가 4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납부한 각종 사회보험에서 충당한다.
◇시골마을에서 치유산업의 중심지로=뵈리스호펜은 독일의 동남부 국경지대에 위치한 작은 온천 도시다. 120여년전만 해도 100여명의 주민들이 목축업을 영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시골마을이던 뵈리스호펜은 신부이자 의사인 세바스찬 크나이프(F.S. Kneipp, 1821~1897)가 냉수욕 등을 이용한 자연치료 요법을 선보이면서 독일 최고의 치유도시로 발전했다. 일명 '크나이프 요법'이라고 불리는 이 치료법은 자연속에서 냉수욕·냉수마찰 등을 이용해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인구 1만4,000여명의 뵈리스호펜시에는 23곳의 크나이프 요법 치료시설이 운영되고 있고 170여개의 호텔과 펜션이 성업중이다. 객실수는 6,000개가 넘는다. 이들 호텔 대부분이 치유시설과 자연요법치유사를 확보해 치유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노르딕코스, 크나이프 숲길 등 다양한 치유시설이 자랑=뵈리스호펜에 머물고 있는 방문객들은 아침식사 전 호텔에서 제공하는 치유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치유호텔 대부분은 호텔내에 크나이프 시설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어 아침식사를 한 뒤 뵈리스호펜 쿠어파크를 찾는다. 나무가 울창한 이곳에는 장미공원과 허브공원 등이 조성돼 있고 노르딕코스, 크나이프 시설, 제염치유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수백명의 방문객들이 공원 곳곳을 산책하는가 하면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고 다양한 치유시설을 체험하고 있다.
특히 50년전 처음 설치된 뒤 지난 5월에 재개장한 크나이프 치유시설을 이용하는 방문객이 가장 많고 천연염의 신선한 공기를 흡입할 수 있도록 한 솔로나무 제염시설도 인기가 높다. 뵈리스호펜시가 지난 2008년 설치한 이 치유장치는 요드가 들어있지 않은 자연염(27.7%)을 함유한 물을 솔로나무에 흘러내리게 해 소금기와 방향유를 함유한 공기를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공기를 마시면 가래가 없어지고 만성천식과 구강염에도 효과가 있다. 심장과 혈액순환, 혈관질환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심내 숲길인 크나이프 숲길도 인기 코스다. 쉐네자허 거리 주차장을 중심으로 도심을 걷는 8.4km길이의 이 길에는 걷는 사람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 휠체어를 타고 산책하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매주 목요일 오후2시에는 안내자와 함께 하는 테마걷기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쿠어센터(치유사무국)는 4월부터 10월말까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안내자가 함께 하는 자전거 하이킹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고 뮌헨대학과 공동으로 지형을 이용한 치유의 길 7개소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도시 외곽 숲에는 다양한 종류의 노르딕워킹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전체 길이가 200km에 달하는 노르딕워킹코스는 의사가 난이도를 고려해 코스를 구분해놓고 있으며 젊은이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중 의학적으로 인증을 받은 곳은 6개 구간 30㎞ 정도다.
최근 10년동안 1년에 최소 한차례 이상 뵈리스호펜을 찾아 노르딕워킹을 즐긴다는 밀러(70)씨는 "이곳에는 완만한 경사의 숲길, 각종 공원, 그리고 맑은 공기까지 나처럼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올해는 일주일간 이곳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뵈리스호펜 치유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쿠어하우스는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공연도 함께 제공한다. 1일 평균 7개, 연간 2,500개의 공연이 펼쳐진다. 120년 역사의 쿠어극장에서는 매일 오전과 오후 음악회가 개최되고 있고 실내 극장에서는 연간 600회 정도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진다. 뵈리스호펜 중심가인 크나이프거리에서는 각종 예술작품 전시회가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치유 서비스로 지역경제 살려=뵈리스호펜시에 따르면 1일 3,000~4,000명, 연간 90만명이상의 내외국인이 치료와 요양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이중 하루 이상 숙박을 하는 사람이 11만명을 넘는다. 방문자의 80% 가량은 독일인이지만 과거 독일에서 살다 이주한 이스라엘인과 이웃나라인 스위스인들도 자주 찾는다. 뵈리스호펜시는 이들의 하루 평균 지출액을 150유로(약 23만원)로 추정하고 있다. 시골의 한 신부 덕분에 별볼일 없던 작은 마을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치유도시로 탈바꿈한 셈이다.
실제 이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은 직ㆍ간접적으로 치유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치유시설과 숙박시설에 근무하는 인원만 4,000여명에 달하고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이곳 주민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전부가 치유산업에서 나온다.
이 도시의 치유시설은 상당부분 정부 소유지만 주민들 또한 주식공모를 통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치유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곧 주민들 수입과 직결되고 있다.
뵈리스호펜시는 방문객은 물론 직ㆍ간적접으로 치유업무와 관련이 있는 지역주민들로부터 휴양세를 거둬 치유시설 확충 및 관리에 나선다. 이 수입이 연간 250만유로(39억원)에 달한다.
뵈리스호펜시 유명 치유호텔의 크나이프 치료사인 엥겔 하르트(31)씨는 "고혈압, 심장질환, 디스크, 관절염 등을 앓는 노인들이 고객의 대부분이지만 질병 예방 차원에서 치료를 받는 장년층도 적지 않다"며 "자연요법치유사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도 많아 300여명의 학생들이 뵈리스호펜 크라이프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숲은 질병 예방·치료 최고의 약"
호엔 에퀴텍 뵈리스호펜 쿠어디렉터
"쿠어(치유)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복지의 개념입니다. 치유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알렉산더 폰 호엔 에퀴텍(사진)씨는 독일 바이에른주 바드 뵈리스호펜(Bad Worishofen)시의 치유시설을 총괄관리하는 쿠어디렉터다. 그는 "숲이야말로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최고의 약"이라며 "나이와 관계없이 일정기간 자연과 함께 몸과 마음을 추수리는 치유는 독일 국민의 기본적 권리"라고 말했다.
20여년간 이 분야 일을 해온 호엔 에퀴텍씨는 "독일에는 치유와 요양 분야 종사자만 70만명에 달하는 등 치유관련 산업이 크게 활성화됐다"며 "숲을 활용하는 국가가 선진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사람들이 치유명소를 찾나.
▦독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일정기간 치유기지를 찾는다. 물론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대부분이지만 40대나 50대도 적지 않다. 국적별로는 독일인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인접국가인 스위스에서 오는 사람도 있다. 과거 독일에서 살다가 이주한 이스라엘인들도 자주 찾는다.
-치유기지를 인증받아야 한다는데.
▦우선 일정한 대기 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트레킹코스와 쿠어파크, 숙박시설을 갖춰야 하고 치유의사가 있어야 한다. 자동차 통행도 제한해야 한다. 허가요건은 까다롭지만 일단 치유기지로 인정받게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독일에 300개 정도의 치유 및 요양기지가 있다.
-누가 관리하는가.
▦뵈리스호펜시는 쿠어하우스가 모든 것을 담당한다. 휴양세를 활용해 치유시설의 보존 및 개발, 활용 등의 업무를 추진한다. 모두 25명이 크나이프거리를 유지ㆍ관리하거나 공연 기획ㆍ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다.
-보험개혁이후 개인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는데.
▦맞다. 1995년 보험개혁이후 법적으로 치유비용 지급대상이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좀 여유있는 사람들은 개인보험 또는 연금 등을 활용해 치유기지를 찾는다. 일부 보험사는 치유차원에서의 보험금 지급보다 예방차원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비용면에서 부담이 덜하다고 보고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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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시리즈는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