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러시아의 아시아 귀환, 절호의 기회다


얼마 전 중국과 러시아가 동중국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전격적으로 410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배경을 들여다보면 러시아가 수년 전부터 흔들리는 서유럽 에너지 시장의 대안으로 아시아 에너지 시장을 개척해왔다. 유럽 가스소비량의 30%를 공급해왔던 러시아에 유럽은 가장 큰 에너지 수출 시장이었다. 그런데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도에 안보 불안을 느낀 유럽이 미국산 셰일가스를 구매하는 등 수입선 다변화를 모색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에너지 바탕 재투자로 극동 개발 기대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자 러시아는 다급해졌고 이를 간파한 중국의 꾸준한 준비와 설득이 이번에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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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 시장이 중국에 편중되지 않도록 한국과 일본 공급을 위해 계속 노력해왔다. 러시아는 조만간 일본과의 에너지협력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역시 러일 외무·국방장관 회담인 2+2 전략대화의 정례화, 다양한 에너지 협력 등을 추진하며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러 협정으로 일본이 러시아 에너지로부터 소외될 것이라는 시각은 표면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질서의 새로운 변화에 한국이 계속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는 물론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바라보는 전략과 실천 로드맵보다는 북핵 문제에 발목 잡혀 중요한 시기와 실리를 놓치고 있다. 대북 강경론은 무성한데 북한을 걸림돌이 아닌 장점으로 활용해 국가적 이해를 증진 시킬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지혜는 부족하다. 또한 한국의 대외 정책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미국·중국·러시아의 경쟁과 갈등 국면에 너무 쉽게 위축돼 있는 형세다. 이러다 보니 남·북·러 삼각협력, 한반도·시베리아 철도연결, 에너지 협력 등은 말만 무성할 뿐 실천은 미미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최근 제재 해제를 포함한 유연한 대북 접근 정책을 통해 한국을 고립시키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러시아가 유럽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푸틴은 극동지역 전권대표에 자신의 측근을 임명하고 시베리아 개발과 투자 유치, 에너지 협력 확대 등 종합적인 발전계획에 본격 착수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실탄으로 사용될 것이다. 향후 러시아는 중국 경제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북한·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다각화하면서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러시아의 귀환은 동아시아 질서에 변수로 떠오르며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유라시아 구체 플랜 세워 협력 주도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유라시아대륙 차원의 종합적인 전략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대립구조를 완화하고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양자·다자협력채널 구축에 한국이 보다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러시아는 경직된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풀어낼 해법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제안하면 현재 러시아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경제연합에 한국이 어떤 형태로든 연계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적 틀을 통해 에너지·철도를 포함한 포괄적인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로 돌아오는 러시아는 한국에 놓쳐서는 안 될 마지막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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