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초대사장

"일자리 창출효과 높은 신성장동력·녹색산업 집중지원"<br>경영정상화 구조조정기업, 시장에 즉시 매각이 원칙<br>외국자본은 진정성 따져, 최종 인수자로 선정할것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은 신성장동력과 녹색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겠습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초대 사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성장잠재력은 크지만 위험부담도 높은 신성장 분야와 녹색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정책금융공사의 내년도 주요 업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사장은 또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은 시장에 바로 매각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다만 해외투자자의 경우 인수자의 능력과 진정성을 면밀하게 따져 최종 인수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금융지주 민영화에 대해서는 "해외투자자의 지분참여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민영화 계획과 일정은 어떤지요.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두 가지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합니다. 우선 정책금융공사가 기존 산업은행 업무를 건네받아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산업은행이 국책은행 이미지를 벗고 시중은행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의 홀로서기가 정상궤도에 들어설 때 민영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산은은 기업금융에서는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개인수신 부문에서는 보강이 필요합니다.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당장 내년에 민영화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임기 중에는 민영화 작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서 해외투자자들도 주주로 참여할 수 있을까요. ▲현재 시중은행들의 지분 60%가량을 해외투자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일부 주식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블록세일을 할 때 국내투자자와 해외투자자를 구분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제조업과 달리 우리 금융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습니다. 은행의 소유구조와 주주구성은 다원화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수 있겠지요. 연기금•사모펀드 등을 중심으로 수요기반을 확대할 수도 있고 금산분리 완화에 따라 산업자본이 참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산은금융지주 및 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 등이 민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수요와 공급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산은금융지주가 민영화되는 것과 동시에 정책금융공사도 정체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떠한 방안을 가지고 계신지요. ▲정책금융공사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책금융은 저리자금을 기업들에 빌려주거나 국가기간산업에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바뀌어야 합니다. 저리자금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점점 없어지는 만큼 선진화된 정책금융 스타일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금융시장 친화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죠. 자체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금융회사와 공동으로 온렌딩(on-lending) 방식으로 자금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습니다. 정책금융공사는 시장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분야를 개척할 것입니다. 투자위험이 높거나 자금회수 기간이 길고 투자규모가 큰 경우 시중은행들이 투자에 나서기는 힘듭니다. 이러한 틈새시장을 개척해 우리의 정체성을 높이겠습니다. -온렌딩 방식을 통한 자금지원을 강조하셨는데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온렌딩은 간접적인 중소기업 지원방식입니다. 지원 대상을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넓힐 수가 있죠. 자금은 정책금융공사가 맡고 실제 집행은 은행이 하면서 위험부담을 서로 나누는 것입니다. 정책금융공사가 독자적으로 자금지원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시중은행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간접적으로 자금지원에 나서는 것입니다. 직접지원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마찰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지방은행과는 이미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이며 이달 중순부터 자금집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산업은행•기업은행과도 업무협조를 할 계획입니다. -정책금융공사의 내년도 중점사업이 무척 궁금합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온렌딩 방식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과 함께 성장잠재력이 높은 분야를 집중 지원할 계획입니다. 신성장동력•녹색산업•사회간접자본(SOC)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사업들은 일반 기업지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금융공사가 직접 시장조사를 하고 직접 기업을 찾아가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또한 이 같은 노력이 일자리 창출과 연결될 수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할 것입니다. -정책금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관건인데요. ▲올해 1조5,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하고 내년에는 16조원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입니다. 내년의 경우 기존 산금채 만기를 연장하는 데 9조5,00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6조원가량은 새로운 사업에 투입할 것입니다. 정책금융공사는 정부와 비슷한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AA'등급을 받았죠. 일반 은행들에 비해 자금조달 비용이 그만큼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 주식과 공기업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구조조정 기업 주식을 매각하거나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를 통해 비용부담이 없는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해외채권 발행계획도 있는지요. ▲다음달 초 로드쇼에 나설 것입니다. 해외 금융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정책금융공사 채권에 대한 수요조사를 할 생각입니다. 당장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기적인 관점에서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외화수요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한 금융환경 변화에 상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아야 합니다. 해외 정보망과 네트워크를 빨리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을 갖고 해외 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입니다. -기업 구조조정이 금융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의 주식매각 원칙과 일정을 말씀해주시죠. ▲개별 기업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매각은 지체 없이 하겠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특히 정상화 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바로 매각한다는 것이 소신입니다. 다만 시장에 매물이 일시에 대거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하게 기업매각 시기를 조정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은 가격뿐 아니라 인수자의 능력과 진정성을 파악해 매각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해외자본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국내와 해외투자자를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해외투자자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우리가 면밀하게 심사하고 검토해야 합니다. 시세차익만 노리고 들어오는 해외자본이 있을 수도 있고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이죠. 가격뿐 아니라 인수자의 진정성을 같이 평가하는 것이 매각되는 기업이나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이익이 된다고 봅니다. 만약 다른 채권단이 가격극대화만 겨냥해 구조조정 기업을 매각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 약력 ▲1955년 대구 출생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77년 행시 20회 ▲198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원 경제학과 수료 ▲1998년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2002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2005년 금융정보분석원장 ▲2007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2008년 한나라당 정책실장
'관행 타파·원칙' 중시, 금융·구조조정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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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한 사장은

"올 사람이 왔다. 그가 사령탑을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유재한 사장이 지난달 출범한 정책금융공사의 초대 사령관이 된 것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정책금융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유 사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유 사장은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의 베테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는 그의 화려한 경력과 업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유 사장은 정통 재무관료(행시 20회) 출신으로 지난 1977년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재정경제부 산업금융과장•금융정책과장•정책조정국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정보원 원장 등을 지냈다. 2007년 공직을 떠나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자로서의 수업도 받았다. 그는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산업금융과장•금융정책과장을 지내면서 국내 구조조정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예금보험기금 입안에도 참여했다. 구조조정의 성경으로 일컬어지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도 그의 손을 거쳤다. 2002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시절에는 서울은행•대한생명•조흥은행 등 금융권 패러다임을 바꾼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세간의 평가도 얻었다. 2008년에는 정치인으로 변신(한나라당 정책실장)해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 전반도 실무적으로 다뤘다. 관계ㆍ금융계ㆍ정치권을 두루 거치며 실무능력을 쌓은 것이다. 산업은행에서 분리돼 정책금융의 소임을 하게 된 정책금융공사의 초대 사장으로 선임된 것도 이 같은 경력과 업무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 사장은 '관행 타파'와 '원칙 고수'를 중요시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주어진 상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칸막이로 생각해서도 안 되고 옛날 그대로 답습하는 사고를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어려울수록 원칙대로 해야 한다. 어렵다고 편법을 쓰거나 돌아가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어려울수록 원리원칙을 지키면 결국 효과가 나타난다"는 인생철칙을 가지고 있다. 옛것 타파와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유 사장이 앞으로 그려낼 정책금융공사의 변화상이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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