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 '비누로 만든 조각상'<br>이이남 '모니터에 담은 명화'<br>최태훈 '철판으로 만든 침대'<br>색다른 재미·감동 전달하는 다양한 전시들 잇따라 열려
| 이이남 '신-우는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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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훈 '듀얼스킨 프로젝트 연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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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경의 비누로 만든 그리스 조각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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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평범한 소재로 만든 작품 속에 비범한 속내를 감추고, 밋밋한 일상에 범상치 않은 영감과 자극을 제공한다.
비누나 TV모니터, 소파나 자동차 같은 일상적인 것들을 소재로 진지한 예술적 물음을 던지는 다양한 전시들이 연말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신미경, 비누로 만든 유물=하루에도 몇 번씩 세면대 옆에서 만나는 비누. 조각가 신미경(43)은 비누로 고대 그리스 조각이나 불상, 도자기를 재현해 원본과 복제품,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되묻는다.
소격동 국제갤러리 전시장에 놓인 그리스 조각 8점 중 4점은 지난 8월부터 100일간 경기도미술관 야외에 설치됐었다. 고대 그리스의 박공조각이 수천년 비바람 속에 유물이 된 과정을, 작가는 3개월로 압축해 시간의 의미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화려한 채색의 그리스 조각의 원형을 재현해 고전조각은 '흰색'이라는 잘못된 채 이어져 온 편견을 일깨운다. 화장실에는 붉은색 비누불상이 놓였다. 작가와 손을 씻은 관객이 함께 만든 '유일무이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까지.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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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남, 모니터에 담은 명화=TV와 컴퓨터로 친숙한 모니터가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40)의 손을 거치면 명화를 담은 화폭으로 변신한다.
겸재 정선이 박연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바람을, 작가는 46인치 LED TV 6대를 세로로 연결해 디지털 기술로 '쏴'하는 물소리까지 살려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는 복숭아꽃이 피어나고, 5만원 지폐 뒷면에 그려진 어몽룡의 '월매도'에는 눈이 소복이 쌓이기도 한다. 겸재가 그린 안개 낀 남산이 세잔의 '생 빅투아르산'과 빗속에 겹치듯 만나게 한 작품도 재미있다.
시공을 초월한 감상, 동서양 거장의 다른 듯 비슷한 관점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익숙함을 자극해 디지털 시대의 소통을 얘기하는 전시로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13일까지 계속된다. (02)720-1524
◇최태훈, 흐트러진 침대와 술병까지= 나무와 쇠의 결합이나 대형 추상조각을 주로 선보이던 조각가 최태훈(44)은 신작에서 일상적인 사물들로 관심을 돌렸다.
신작들은 소파와 자동차, 담배와 재떨이, 흐트러진 침대와 이불, 술병과 옷걸이 같은 것들이다. 실물크기의 작품이 풍기는 생생함도 인상적이지만 백미는 빛이다. '플라스마 기법'으로 철판에 작은 구멍을 뚫어 안에서 LED조명이 뿜어나오게 했다.
밖이 밝으면 은은한 빛이 감돌지만 어두울 때는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가는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빛에서 느꼈던 여운을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일까지 인사동 갤러리아트싸이드에서 이어진다. (02)7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