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수십조원짜리 ‘타이타닉호’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새로마지플랜 2010’이라는 이름으로 출항을 준비 중인 이 배를 움직이기 위해 달라붙은 정부 ‘조타수’만 보건복지부 등 무려 18개 부ㆍ처ㆍ청이다. 투입 예산은 오는 2010년까지 총 32조원.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예산 투입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 배가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국가적 재앙을 막는 인프라 구축에 성공할지, 아니면 침몰의 비애를 맞을지는 무엇보다 예산 확보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본계획, 뭘 담았나=지난달 발표한 기본계획 시안의 기본틀을 99.9% 유지했다. 다만 저출산 문제와 관련,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아동수당제’ 문제가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으로 기본계획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 밖에 저소득층 중심의 0~4살 영유아 보육ㆍ교육비 지원이 중산층으로 대폭 늘어난다. 이 경우 월소득 460만원 이하(4인 기준 평균소득 130% 이하)의 중산층 가정도 자녀 연령에 따라 2009년부터는 매달 11만~4만5,000원 정도의 보육비를 지원받게 된다. 전국 국공립 보육시설도 2010년까지 2,700곳으로 대폭 늘어난다. 자녀가 태어날 때마다 일정 기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추가 납부한 것으로 인정하는 국민연금 ‘출산 크레디트’ 제도도 새롭게 도입된다. 이와 함께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130% 이하 불임부부에 대해 지원하고 있는 여성의 시험관 아기 시술비를 총 3회 수술비로 확대하고 남성에 대해서도 수술비를 지원하게 된다. ◇다자녀 주거대책, 눈에 띄네=기본계획에서 눈여겨볼 부문 중 하나는 바로 다자녀 가정에 대한 주택문제 해결이다. 정부는 3자녀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다양한 주택분양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현재 기본계획에는 담고 있지 않지만 이번 5개년 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계속 출현할 전망이다. 최근만 하더라도 정부의 이 같은 의지를 반영, 무주택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분양주택의 3%를 특별공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넣은 ‘주택공급규칙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이에 따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민간ㆍ공공 건설업체를 가리지 않고 분양되는 주택의 3%가 만 20세 미만 자녀가 3명 이상인 무주택 가구에 공급된다. 당장 8월 말로 예정된 판교 신도시 2차 분양에서 203가구가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에 특별분양된다. ◇아동수당제, 과연 도입될까=이번 계획에 새롭게 포함된 아동수당제는 3세 이하 아동에게 매달 일정액을 정부가 지급하는 파격적인 제도다. 외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와 멕시코 등 두 곳만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아 국내 저출산 대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까지 비유되고 있다. 문제는 예산. 복지부에 따르면 두 자녀 이상을 둔 가정을 전제로 내년부터 새로 태어난 아이에 대해 아동수당을 매달 10만원씩 지급할 경우 4년간 총 1조9,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김용현 저출산ㆍ고령사회정책본부장은 “저출산ㆍ고령사회 연석회의와 당정 등에서 아동수당제에 대한 요구가 많아 기본계획 최종안에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며 “현금 투입효과, 적용대상 범위 등을 앞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확정된 기본계획 총예산 32조원에는 아동수당제 관련 예산이 들어가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