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分配不公·執法不正 <분배부공·집법부정>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거대 정보기술(IT) 하청업체인 팍스콘은 하루에만 수천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그만두고 또 다른 새로운 수천명이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다. 생산공정을 최대한 단순하게 쪼개놔서 신참자라도 반나절이면 작업을 숙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팍스콘은 지난 수십년간 이 같은 방식으로 값싼 저임의 노동력을 십분 활용해 성장해왔지만 이 모델은 인력 수급불안, 노동자 인권 의식 제고, 중국 경제성장 모델 전환 등 시대환경 변화로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팍스콘 근로자들은 근년에 연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중국 사회에 열악한 작업환경의 실상을 고발하기도 했다. 농촌에서 올라온 이들 농민공은 최저임금에 시달릴 뿐 아니라 후코우(戶口)제도의 속박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주거ㆍ교육ㆍ양로 등 각종 사회복지혜택을 받지 못한다. 농민공의 2세들까지 고스란히 차별대우가 적용되며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년째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에 편승해 부동산 투기 등으로 떼돈을 번 부자들의 소득 자체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것도 미발표의 원인이지만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수준인 0.4를 이미 넘어선지 오래고 0.6~0.7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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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지도부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오는 10월의 제 18차 공산당대표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내부에서는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기존 경제발전 모델에 근본적인 수술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분배 악화 문제를 외면할 경우 사회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이른바 신좌파들은 '분배부공(分配不公), 집법부정(執法不正)'현상을 제도적이고 구조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분배가 불공정하고 법 집행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최근 산시성 전핑현에서 공무원이 7개월 임산부를 강제 낙태시킨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중국 서민은 물론 세계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녹초가 돼 있는 한 여인 옆에 피로 범벅이 돼 죽어 있는 태아가 놓여 있는 사진 한 장은 가족계획이라는 미명하에 태연스레 당국의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충칭 서민들 사이에서는 권력형 부패로 실각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를 흠모하는 물결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이는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보 전 서기가 신좌파 이론을 적극 수용하며 성장과 함께 분배를 강조하는 이른바 충칭 모델로 서민들의 주거, 교육 여건 등 생활 전반을 개선시켰기 때문이다. 보 전 서기는 퇴장했지만 중국의 성장모델 논쟁은 더욱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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