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갑(甲)은 을(乙)이 이웃 토지에 건물을 신축하면서 갑의 토지를 침범하자 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항의했다. 그러나 을이 갑의 항의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자 법원으로부터 공사중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 집행했다. 그러자 을은 건축허가명의를 병(丙)에게 변경해주었고, 병이 공사를 다시 재개했다. 이럴 경우 병을 처벌받게 할 수 있을까.
A. 주택이나 상가건물을 신축할 때 이웃의 토지를 침범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보통 건물이 완공될 즈음이나 완공되고 난 뒤에 피해자는 자신의 토지에 대한 지적 측량을 하고 난 이후에 이러한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신축건물주를 상대로 철거청구를 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또는 침범한 토지의 필지를 분할해 아예 매도하는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공사 완공 이후에 취하는 사후적 조치다.
신축공사 중에 침범 사실을 알게 되면 사전적 처분으로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공사중지 가처분을 회피하려고 다른 사람 명의로 건축허가명의를 변경해 주고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에는 대처 방법이 다르다.
먼저 공무상비밀표시무효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무로 봉인 또는 압류 등 강제처분한 표시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주로 압류딱지를 임의로 떼버릴 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효용을 해한다는 뜻은 봉인이나 강제처분의 표시를 물질적으로 파괴하지 않고 사실상 효용을 상실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또 기타의 방법으로 강제처분의 효용을 해하는 경우는 강제처분의 대상이 된 채무자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공사중지 가처분명령의 주문에 '집행관은 위 명령의 취지를 공시하기 위하여 적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는 공시명령이 있었고 집행관이 공시명령을 집행했을 때 공시 당시 공사 주체가 공시를 무시하고 공사를 계속했다면 공무상비밀표시무효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을에서 병으로 건축허가명의를 변경하게 되면 병은 공사중지 가처분의 대상이 된 채무자가 아니므로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는 을에 대해 공무상비밀표시무효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갑으로서는 병을 상대로 새로운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해야만 한다.
이장희 법무법인 케이파트너스 변호사 heeyaah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