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날줄 씨줄 엮듯 노즐-평판 왔다갔다… 1시간 만에 미니 포클레인 뚝딱

'3D 프린팅'으로 미니 포클레인 만들어보니

정밀 설계도만 있으면 프린터가 알아서 척척

완성된 포클레인 보니 실제 장난감처럼 움직여

"저변 확대 위해서는 기술·경험 공유 필수"



"2차원 평면인 '빌드 플레이트(재료를 쌓아 올리는 평면 판)' 위에 노즐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프린팅을 합니다. 3D 프린팅은 평면적인 움직임으로 입체를 완성하는 기술입니다."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

3D 프린팅을 체험하기 위해 최근 기자가 찾은 '게임인재단 3D 프린팅 체험관'에서 구 랩장은 작동원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평면 움직임으로 입체를 만든다'는 말이 선뜻 다가오지 않았지만 직접 3D 프린팅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피부에 와 닿았다.


설계부터 제품 완성까지 전 과정을 체험한 결과 '생각보다 매우 간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만들고자 하는 대상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부분. 하지만 설계만 되면 3D 프린터가 모든 것을 척척 알아서 해준다. 비록 간단한 체험이었지만 3D 프린팅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체험관에 들어서니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학교 컴퓨터실' 규모의 방에 데스크톱 컴퓨터와 3D 프린터들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일반 프린터와 비슷한 크기에 차이점이라고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 정도라는 것이 3D 프린터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구 랩장은 "이 3D 프린터들은 1대당 300만원선인 일종의 '보급형'"이라며 "하지만 성능은 보급형 수준이 아닐 것"이라고 장담했다.

기자는 3D 프린팅 방식 중 가장 널리 쓰이는 '용융적층식(FDM·고체의 재료를 녹여 노즐을 통해 짜내 쌓는 방법)'을 체험했다. FDM을 비롯해 '컬러파우더' '광경화성 액체수지(SLA·광경화성 액체 수지가 담긴 수조에 레이저를 쏴 재료를 쌓는 것)' 등 세 가지 방식이 현재 가장 활용도가 높다. 이외에도 3D 프린팅 방식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는 것이 구 랩장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프린팅에 들어갔다.


첫 단계는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일종의 설계 단계다. 방법은 사용자가 직접 3D 형태로 된 '설계도'를 만들거나 기존 사용자들이 만들어놓은 설계도를 활용하는 것 등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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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경우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3D 프린팅 설계도와 이를 바탕으로 만든 실물사진 등을 오픈소스 형태로 인터넷에 공유하고 있다. 기자는 공유 설계도 중 높이 10㎝ 정도의 미니 포클레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설계가 끝난 뒤 데이터가 입력되자 프린터가 재료(필라멘트)를 빨아들이며 예열을 하기 시작했다. 4~5분 정도 230도까지 열을 끌어올린 후 노즐이 '윙윙' 소리를 내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빌드 플레이트는 시시각각 위아래로 움직이며 노즐과 조합을 맞췄고 재료는 마치 날줄과 씨줄처럼 엮여갔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이렇게 간편할 줄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1시간여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주황색 미니 포클레인이 빌드 플레이트 위에 놓여 있었다. 설계대로 버킷과 암·조종부가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별다른 뒤처리는 필요 없었다. 바닥에 붙은 잔여물(Raft·래프트)을 떼어내기만 하면 끝이었다.

구 랩장은 "완성품 자체가 빌드 플레이트 바닥에 닿는 면적이 넓으면 래프트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직접 완성된 미니 포클레인을 만져봤다. 조립 장난감처럼 각 부위가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제품이지만 마치 실물을 보는 듯했다. 인체 장기를 3D 프린팅으로 만든다는 것이 피부와 와 닿았다.

체험관 안에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완성품 여러 개가 진열돼 있었다. 샘플부터 얼마 전 출시된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까지 다양했다. 최근에는 제조 분야뿐만 아니라 게임 업계도 3D프린팅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한쪽에 실패작들을 모아놓았다는 점이다. 구 랩장은 "체험관을 만들고 처음 한 달은 엄청나게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 '실패해도 괜찮다.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되뇌자는 뜻이다. 그는 "완성품만 모아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 랩장은 "3D 프린팅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과 경험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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