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의적 폐기로 최종 확인될 경우 주체가 참여정부냐 이명박 정부냐에 따라 여야 양측은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화록 확인에 나섰던 여야 열람위원들은 지난 15ㆍ17일 두 차례에 걸쳐 방문한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대화록 원본 및 녹음 파일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했다.
대화록 원본 및 녹음 파일은 국회가 기록물 공개 결정을 통해 확인하려 했던 가장 핵심적인 자료다. 이처럼 중대 자료를 두고 기록원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단정적 결론을 내린 것은 실제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방증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당 측 열람위원 단장인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은 "두 차례에 걸친 예비 열람에서 기록원은 제시된 키워드와 고려 가능한 유사 용어들을 모두 동원했으나 대화록과 녹음 파일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양당은 '대화록 실종'이라는 사안의 무게감을 감안한 듯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안이 미칠 유불리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대로 찾아보라는 게 당의 입장이고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로 속단해 정치 공방을 벌일 게 아니라 추가적인 확인 작업을 거쳐 기록물을 찾아내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국가기록원이 대화록 부재를 확인시켜주면서 고의에 의한 폐기ㆍ누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그 주체가 확인되면 한 진영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하며 이에 대한 정치공방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NNL 포기 발언'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노 전 대통령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폐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한 언론 보도에서 이와 같은 의혹이 거론된 적이 있던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화록이 없거나 폐기된 게 확인됨과 동시에 친노는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전병헌 원내대표는 "추가로 찾아서도 기록물이 없는 게 확인되면 그간 민간인 사찰 은폐나 국정원 댓글 폐기ㆍ조작 등 전과가 있는 전임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명박 정권 책임론을 내세웠다.
다만 참여정부 인사를 중심으로 한 야권은 관리 문제 등 때문에 아직 대화록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노 전 대통령 기록물 이관 당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을 지낸 임상경 전 관장은 한 라디오에 나와 "비밀문서의 경우 제목을 '별칭'으로 기록하는 게 일반적 관행"이라며 "민감한 비밀문서는 아예 '별표(****) 관련'이라고 표기하거나 날짜만 표기해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여야 열람위원들은 22일 관련 전문가와 함께 기록원을 방문, 대화록의 존재 유무를 최종 확인하기로 했다.
한편 기록원이 이날 대화록 원본 및 녹음파일을 제외하고 제출한 나머지 기록물은 여야 열람위원단장이 협의해 열람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