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분양시장 불씨 꺼트리지 않으려면


최근 들어 '9·1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다해가는 모습이다. 전국의 아파트 가격 오름폭은 점차 둔화되고 있고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값은 9·1대책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기를 이어가는 부동산시장이 있다. 바로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다.

지난주 말 전국 20여곳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무려 40만명의 예비청약자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모델하우스 입장을 위해 찬바람을 맞으며 한두 시간씩 기다리기 일쑤였다.


이 같은 열기 속에 최근 분양한 아파트들의 청약경쟁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초와 말에 각각 1순위 청약을 받은 위례신도시 '위례 자이'와 부산 '래미안 장전'의 청약경쟁률은 각각 139대1, 146대1에 달했다. 위례 자이의 청약경쟁률은 수도권 기준으로 지난 2006년 판교신도시 이후 가장 높았고 래미안 장전은 올해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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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분양시장이 달아오른 것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 중단과 청약제도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9·1대책이 도화선이 됐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시장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조짐들이 속속 감지돼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이동식 중개업소, 속칭 '떴다방'으로 대변되는 투기세력의 기승이다. 최근 위례 자이를 비롯해 좋은 입지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입구마다 줄지어 늘어선 떴다방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불법 분양권 거래를 부추기며 아파트값에 거품을 만든다. 위례 자이의 경우 한때 최고 3억원이 넘는 프리미엄(웃돈)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는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다. 과도한 웃돈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품이 빠지기 마련이며 결국 맨 나중에 분양권을 산 사람은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더구나 단기 전매차익을 노리고 분양시장에 몰려든 투기수요는 청약 과열로 이어지며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건설사들이 최근 시장 열기를 틈타 분양가를 야금야금 올리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건설사들은 특히 위례·동탄2신도시 등 인기 지역에서 분양가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가 인상이 신규 아파트의 가격경쟁력을 낮춰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분양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또'를 꿈꾸며 분양시장의 과열을 조장하는 투기세력과 최근 시장 분위기를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모처럼 찾아온 분양시장 활황을 자칫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불안요인이다. 따라서 정부는 떴다방 등 투기세력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분양시장을 안정화하고 건설사들 역시 합리적인 분양가 책정으로 분양시장의 훈풍이 더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침체된 내수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9·1대책이 일부 투기세력과 건설사들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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