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기관마저 국민연금을 믿지 못하고 사학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으로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전환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 용역을 받아 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 등의 개혁방안을 연구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정부와 사학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최근 국민연금에서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으로 연금체계를 바꿨다. 이에 앞서 한국학중앙연구원(옛 정신문화연구원)은 지난 2005년 일찌감치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옮겨갔다.
사립학교와 무관한 정부 산하기관들이 사학연금에 가입한 배경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국책 연구기관 내 교육기능인 대학원의 교수ㆍ연구직(사무직 제외)에 한해 사학연금 가입을 허용해왔지만 연구원 본원의 경우 본질적으로 교육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학연금 전환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학연금공단의 한 관계자는 “사학연금법 제60조 4항에 따라 대학원을 설치ㆍ운영하는 연구기관은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있으나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 실제는 대학원에 한해 사학연금을 허용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최근 KDI 본원의 사학연금 가입에 대해 공단 내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국책 연구기관들의 국민연금 탈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사학연금 등 특수직 연금의 혜택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상호 관동대 경영학부 교수가 최근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지난 2000년부터 근무한 사람의 평균 수익비는 공무원연금이 3.53~3.88로 국민연금(2.22)보다 월등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