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연아… 빙속 金… 가슴벅찬 감동의 연속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피겨스케 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끝낸 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많이 기다렸던 올림픽입니다.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이라 부담이 더 큰 게 아니라 더 편안하게 즐기면서 했습니다." 미디어 노출을 철저히 피하며 '007 금메달 작전'을 펼쳤던 그녀가 마침내 밝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완벽한 점프와 치명적 매력의 표정, 깔끔한 동작 연결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뒤였다. '피겨퀸' 김연아(20ㆍ고려대)가 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한국 피겨 첫 올림픽 금메달에 한걸음 다가섰다. 24일(이하 한국시간) 관중이 가득 들어찬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의 은반에 오른 김연아는 기술점수 44.70점에 예술점수 33.80점을 합쳐 78.50점으로 라이벌 아사다 마오(20ㆍ일본ㆍ73.78점)를 4.72점 차로 앞서면서 1위에 올랐다. 김연아의 이날 점수는 자신이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시리즈 5차 대회에서 세웠던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6.28점)을 무려 2.22점 경신한 놀라운 점수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역대 최고점 기록을 보유한 김연아는 26일 진정한 '피겨여제'에 오를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22번째 순서로 나선 아사다가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성공하며 73.78점의 좋은 성적으로 선수를 쳤지만 곧이어 나온 김연아도 세계 신기록 연기로 응수하며 아사다의 기세를 잠재웠다. 귀에 익은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에 맞춰 나선 김연아는 모두가 기대하던 본드걸로 완벽히 변신해 매력을 발산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로 연기를 시작해 수행점수(GOE) 2.0점을 챙긴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에서도 1.2점의 GOE를 받으면서 침착하게 연기를 이어갔다. 이날 김연아와 아사다는 약속한 듯 단 한번의 두드러진 실수도 없는 '클린 연기'를 펼쳐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결국 '정석 점프'가 '고난도 점프'를 누른 경기였다. 둘의 프로그램은 첫 과제 외에는 모두 똑같았다. 김연아는 첫 연기를 고난도의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로 시작해 기본점수에서 0.5점을 앞섰고 이후로는 가산점 행진으로 아사다와 차이를 벌렸다.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 성공률 높이기에 '올인'하는 동안 김연아는 교과서 점프와 표현력 등을 가다듬어 완성도를 높인 셈이다. 경기 이틀 전 어머니가 사망하는 시련을 맛봤던 조애니 로셰트(캐나다)가 71.36점으로 3위에 올랐고 안도 미키(일본)는 4위(64.76점)에 자리했다. 곽민정(16ㆍ수리고)은 16위(53.16점)로 22명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받았다.

"준비했던 모든 것 보여줄 수 있어 기뻐요" ■인터뷰 김연아 "지금이 최고의 컨디션이다.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오늘 다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김연아(20ㆍ고려대)는 24일(이하 한국시간)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활짝 웃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좋은 연기를 보였고 잘 끝내서 기쁘다"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앞서 연기를 펼친 아사다 마오의 점수가 높았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물음에 "앞 선수의 경기를 안 보고 안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큰 부담은 없었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26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 준비와 관련, "토론토와 밴쿠버에서 준비를 많이 했고 컨디션도 좋다"며 "열심히 한 만큼 진짜 자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