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경기를 통해 만회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박주영(25ㆍAS 모나코)이 드디어 환하게 웃었다. '축구천재' 박주영에게 월드컵 무대는 고통의 공간이었다. 처음 출전한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결정적인 파울로 고개를 떨궈야 했다. 당시 1승1무를 거둔 한국은 3차전 상대인 스위스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박주영이 불필요한 반칙으로 상대에게 프리킥을 내줬고 이는 스위스의 선제 결승골로 이어졌다. 월드컵 불운은 이번 대회에도 이어졌다. 그는 그리스전에서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득점을 놓쳤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자책골을 기록하며 1대4라는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허정무호의 붙박이 공격수로 제구실을 못하며 속앓이를 했던 그가 나이지리아전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월드컵 16강에 올려놓았다. 상황은 5년 전 대역전 드라마를 펼쳤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과 흡사했다. 당시 나이지리아에 1대0으로 끌려가던 한국을 구해낸 것은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후반 44분 아크 오른쪽에서 오른발 프리킥 골을 넣으며 2대1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박주영은 기분 좋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나이지리아전에 차분하게 대처했다. 1대1로 팽팽한 상황에서 프리킥을 준비한 박주영은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염)기훈이 형과 전반에 한 번씩 프리킥을 찼는데 킥을 할 때 상대 골키퍼가 움직였다. 내가 프리킥을 찰 때 기훈이 형에게 살짝 움직여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무려 20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내 선방 1위에 오른 골키퍼 빈센트 에니에아마의 특징을 간파한 그는 차분하게 볼을 감아 찼다. 에니에아마는 박주영이 볼을 찰 때 오른쪽으로 움직이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오른쪽 골문 앞에서 한번 바운스된 볼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첫 골을 신고한 박주영은 16강전에서도 맹활약해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멈추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새 목표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