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들의 자신감이 충만합니다. 어떤 상대와 붙어도 주눅들지 않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지난 4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트로피 국내 공개행사에 참가한 뒤 취재진에게 밝힌 그대로였다. 오는 12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첫 경기인 그리스전을 앞두고 태극전사들이 모처럼 자신감을 회복했다. 허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우승후보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치며 25일간의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모두 마쳤다. 후반 40분 곤살레스 헤수스 나바스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했지만 FIFA 랭킹 2위의 강호를 상대로 조직력을 갖추며 강팀에 대한 해법을 마련했다. 사기 충천한 한국 대표팀은 5일 '결전의 땅'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성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은 4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경기장에서 치러진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두 가지 소득을 얻었다. 하나는 16강 진출에 대한 자신감이다. 한국은 이날 스페인의 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간간이 역습 기회를 만들어 스페인의 골문을 위협했다. 원톱으로 나선 박주영(AS모나코)이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볼턴)의 패스를 이어받아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고 후반에도 1분 만에 수비 뒷공간을 침투해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만들며 맹활약했다. 골키퍼의 선방으로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 가운데 가장 좋은 모습이었다.
수비 조직력도 한결 좋아졌다. 이날 이영표(알 힐랄)-이정수(가시마)-조용형(제주)-오범석(울산)이 선발을 맡은 포백은 스페인의 막강한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무난하게 막아냈다. 결승골이 된 나바스의 중거리슛도 골키퍼와 수비의 실수라기보다는 상대가 워낙 잘 차서 막아내기가 힘들었다. 이 날 90분을 모두 소화한 조용형은 "세계적 선수와 당당히 맞섰다"며 "어떤 팀과 붙어도 좋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개인적 소득"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번 평가전의 두 번째 소득은 '박지성이 빠진 B플랜'을 효과적으로 시험했다는 것이다. 5월 벨라루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허벅지 근육 통증을 호소한 박지성은 이날 출전하지 않았다. 4-2-3-1 포메이션을 선택한 허 감독은 박지성이 맡아야 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김재성(포항)과 김남일(톰 톰스크)을 투입해 실험했다. 허 감독은 "좌우에는 염기훈ㆍ이청용ㆍ박지성을 포함해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바뀌었을 때 점검해보는 의미가 있다. 본선에서 쓸 여러 가지 방법을 체크했다"며 이번 경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르헨티나를 겨냥한 최종 모의고사를 무난하게 치른 대표팀은 5일 간단한 회복 훈련을 한 뒤 남아공에 도착해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