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페이스북과 싸이월드

"페이스북은 이제 글로벌 '갑'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국내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개발자들과 이용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성장한 페이스북이 수익 모델 찾기에 나서면서 목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지적이었다. 몇 년 전 페이스북이 '을'이었을 때는 지금과 달랐다. 페이스북은 '위치선점(positioning)'을 매우 잘하는 기업이었다. 특히 지난 2007년 채택한 오픈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전략이 주효했다. 이를 통해 다수 개발자들이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냈고 이용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API 개방 이후 페이스북 가입자가 매년 2억명씩 증가해 페이스북의 전략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페이스북이 API 개방했던 이유는 후발자로서 '다른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업계 1위 자리에 있었던 국내의 싸이월드나 미국의 마이스페이스와 비슷한 전략을 펼쳐서는 이들을 앞지를 수 없었다. 고심 끝에 페이스북은 이들과 다른 전략인 API 개방을 통해 '대박'을 터뜨렸고 현재 페이스북의 선택은 '위대한 결정'으로 까지 미화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페이스북의 행보는 우려할 만하다. 선두로 도약한 페이스북은 글로벌시장 장악을 위해 각국 정부와 협력하고 수익화 모델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과거 1위 업체들의 잘못된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 조직은 점점 커지고 운신의 폭이 좁아지자 초심을 잃은 채 자사 이기주의에 빠지고 개발자ㆍ이용자 등 고객들에게는 고압적인 회사가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페이스북의 이런 변화는 국내 토종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업폭은 넓히고 있으나 이전처럼 '쿨'하지 못하고 비대해진 페이스북을 뛰어넘을 수 있는 호기가 찾아온 것이다. 일부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이런 상황 변화를 감지하고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맏형격인 싸이월드는 최근 해외진출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싸이월드의 이번 결정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싸이월드는 2007년 당시의 페이스북과 비슷하다. 선두권을 부리나케 뒤쫓아야 할 처지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많아졌다는 이점이 있다. 발 빠르게 행동하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훗날 '성공에 도취한 페이스북의 몰락과 절치부심한 싸이월드의 재도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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