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만 반짝 좋더니 이제는 매출도 별반 차이가 없네요. 지난해 나들가게로 바꾸면서 5,000만원 융자를 받았는데 원금 갚기도 힘들고 빚만 남았습니다." 서울에서 20년 이상 동네 슈퍼를 운영해온 A씨는 요즘 한숨만 나온다. 간판을 바꾸고 리모델링을 하며 '나들가게'로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형편이 많이 어렵기 때문이다. 주변에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하나둘 늘어만 가고 새로 도입한 나들가게 운영시스템(POS)은 사용하는 법을 몰라 바코드를 찍어 계산하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A씨는 "물가가 올랐지만 오히려 판매는 예전만 못하고 20년 넘게 해오던 일이라 그냥 하고 있다"면서 "항상 세일을 하는 대형마트 틈바구니에서 동네 가게는 비전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개방의 물결에 대응,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진행 중인 나들가게 전환 사업이 관리부실로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급가격을 낮추기 위해 추진했던 공동물류센터 건립도 사실상 백지화돼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나들가게 점포 수는 지난 10월 4,965개로 내년 말이면 1만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간판교체 외에는 별다른 실효성이 없어 일부 상인들로부터는 '간판교체 사업'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즉 점포 수만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네 슈퍼를 나들가게로 전환하게 되면 편의점과 같이 계산뿐 아니라 매출현황ㆍ카드집계ㆍ상품등록ㆍ재고확인 등을 간편하게 확인하는 POS 시스템을 도입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인들은 POS를 바코드를 찍어 계산하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사용법이 어려워 설치기사의 간단한 설명이나 한 장짜리 매뉴얼로는 이해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정된 장소에서 교육을 한다고 하나 하루하루 생계에 매달리고 있어 가계를 비우고 갈 사정이 못 된다. 또 시스템이 고장 나 AS 요청을 해도 처리에 여러 날이 걸린다. 불투명한 공동물류센터 건립도 문제다. 중기청 측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기청은 당초 내년에 시범물류센터 5곳을 구축하기 위해 60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나들가게 운영자 B씨는 "공사가 완료된 후 담당자가 한 번도 가게에 찾아온 적이 없다"며 "꾸준한 관리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김윤형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