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실의 김만수가 예측했던 대로 장쉬는 우하귀의 흑 4점을 과감히 버리는 작전을 결행했다. 흑33에서 39까지 일직선으로 올라선 것이다. 흑33으로 둔 이상 흑39까지는 필연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흑35로 36의 자리에 젖히면 백 2점은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외곽을 싸발려서 흑의 불만이다. 흑37로 38의 자리에 젖혀도 오른쪽 백 3점은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외곽을 철저히 봉쇄당하여 흑의 불만이다. 흑39가 놓였을 때 이창호도 5분쯤 생각에 잠겼다. 이미 우하귀의 흑 4점은 품안에 들어왔으니 가로 지켜 안전을 기할까 고려하는 것 같다고 필자가 말하자 김만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40의 자리를 흑이 꼬부리게 되어 백이 불만이라고 한다. 이창호가 뜸을 들이는 것은 나에 날일자로 둘까 그냥 40에 올라설까를 망설인 것이라고 한다. 날일자는 뒷맛이 나쁘다고 보고 이창호는 40으로 밀어올렸다. 흑41과 백42는 각각 기세. “흑이 기분나쁘게 됐어요. 애초에 다른 궁리를 할 필요가 있었어요. 작전착오 같아요.” 흑33으로는 참고도1의 흑1에 물러서는 것이 정수였다고 한다. 이것이라면 바둑은 이제부터였다. 백4로 후수보강하는 것은 절대수. 이것을 게을리하면 참고도2의 흑1 침입이 있다. 흑7까지 된다면 백의 낭패. 장쉬가 공연히 과감하게 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