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계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전달보다 10조7,000억원 늘었다. 정기적금 등을 포함한 총수신액(8조8,000억원)보다도 2조원 가까이 많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5조1,63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총수신은 4조9,000억원이 늘었는데 이 중 정기예금 비중이 70%(3조4,000억원)에 육박했다. 신한은행은 한 달간 정기예금으로만 4조2,000억원이 몰렸고 우리은행 역시 총수신 증가량은 2조3,000억원이었지만 정기예금으로 들어온 자금은 2조2,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총수신이 2조4,000억원 줄어든 반면 정기예금은 오히려 9,000억원 늘었다.
이처럼 시중은행 정기예금으로 막대한 자금이 몰린 것은 부동자금 수요를 흡수해줄 투자처가 마땅치 않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다시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의 환매욕구도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식예탁금은 2월 한 달간 2,750억원이 줄었다.
특히 정기예금의 주요 흡수처였던 저축은행의 금리경쟁력이 후퇴하면서 관련 수요가 시중은행으로 몰렸다. 4일 현재 저축은행 정기예금(1년) 평균금리는 4.44%로 저축은행 사태 이후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은 하나(4.0%), 국민(3.93%), 신한(3.85%), 우리(3.70%) 등의 순으로 수신금리가 형성돼 있다. 불과 0.5%포인트의 금리격차인데 이 정도는 큰 매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 부행장은 "따지고 보면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도 경쟁력이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시중은행 정기예금으로 많은 돈이 몰리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시중은행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