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시골의사' 박경철 그리스 문명 순례기

■문명의 배꼽, 그리스(박경철 지음, 리더스북 펴냄)


한국인에게 그리스는 아직까지는 낯선 나라다. 로마와 함께 소개되면서 서양 문명의 어머니라는 정도로 알고 있지만 그리스 문명이 무엇인지, 근대 서양인들이 로마가 아닌 그리스에서 자신들의 문명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20대 청년기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를 읽고 그리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키웠던 박경철. 그가 지난 2011년 그리스로 홀연히 떠난 후 2년여 만에 '문명의 배꼽, 그리스'란 제목의 순례기를 들고 왔다. 그의 문명 탐사는 서양 문명의 발원지인 그리스를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이란, 이집트, 시리아, 스페인으로 이어진다. 각각의 여행은 제1부 펠로폰네소스 세 권, 제2부 아티카편 네 권, 제3부 테살로니키 편 한 권, 제4부 마그나 그라이키아 편 두 권 등 모두 10권의 책으로 출간되며 이번에 그 첫 번째 결실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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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에서는 스파르타에서 촉발된 인간의 탁월함을 다룬다. 그들은 현실적이었고 신을 숭배했으나 무조건 따르지는 않았다. 신이 정해준 운명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스스로 신의 반열에 오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결과 그리스의 많은 영웅들이 신의 자리에 앉았다. 사상과 종교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그리스인들은 일찌감치 인간에 눈을 떴던 최초의 인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탁월함(arête)'이라 불렀다. 저자는 그리스에 가서 돌무더기만 보고 돌아왔다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파르테논에서 위대한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찬탄할 거라면 굳이 그곳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준비된 여행자는 그곳에서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포효를 듣고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비탄을 느끼며 사도 바오로의 열정에 찬 웅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모진 세월과 비바람을 견뎌낸 그리스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2만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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