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단기 외화자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반면 여전히 만기 3~5년의 시설 자금 등을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함에 따라 미스매칭(만기 불일치)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수출입 기업에 대한 대출한도 축소 등 무역금융 위축을 가져와 외화 유동성 문제가 실물경기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1년 미만 단기 외화부채는 지난 6월 419억달러에서 8월 말에는 459억달러로 40억달러나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외화부채는 591억달러에서 606억달러로 15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전체 외화부채에서 단기 외화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9%에서 43.7%로 높아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 해외채권의 만기는 속속 돌아오는데 국제금융시장 경색 여파로 은행권의 글로벌 본드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중장기 해외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단기물 발행을 통해 갚다 보니 단기물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진 지난해 8월 이후 국책은행을 제외한 국민ㆍ우리 등 시중은행들은 중장기 달러 표시 글로벌 본드를 단 한차례도 발행하지 못했다. 이처럼 중장기 해외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 은행권은 수출입 기업에 대한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수출환어음 매입 등 무역금융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화 유동성 부족 문제가 실물경기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 관계자는 "외화조달구조의 단기화로 수출입 기업에 대한 외화대출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신규 외화대출은 사실상 힘들고 수출환어음 매입 한도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단기 CP 등을 통해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채권을 상환하다 보니 기간물(2일에서 1년 미만)의 차환율이 6월 78.9%에서 ▦7월 106.4% ▦8월 128.1% 등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당장은 단기물 발행을 통해 외화를 조달하고 있지만 단기물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경우 자금운용 과정에서 심각한 미스매칭이 일어나고 이는 외화대출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금융기관의 외채 발행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금리와 기간이 문제였지만 앞으로는 유동성 자체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