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수지맞았던 장사가 무엇일까. 삼각무역이다. 미국과 영국, 아프리카를 오가며 영국산 의류와 구슬 같은 장신구, 아메리카산 면화와 설탕,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교환하던 삼각무역은 3세기 넘게 이어지며 서구의 자본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삼각무역은 누가 개척했을까. 존 호킨스((John Hawkyns)다. 그는 해적에서 무역업자, 군인에 선박 설계까지 바다와 관련된 일이라면 안 해본 게 없는 인물. 1532년 영국 폴리머스에서 방계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바다를 익히고 30세부터 외국배를 강탈하는 사략선장으로 나섰다. 1562년에는 카리브해에서 포르투갈의 노예선을 습격해 흑인노예 301명을 빼앗아 서인도제도 연안에 팔아 넘겼다. 영국의 노예무역도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호킨스에게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고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손은 엘리자베스 여왕. 호킨스에게 외국선박을 털고 노예를 가득 실으라고 대형선박까지 아낌없이 내줬다.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호킨스는 아프리카 연안에 도착해 삼각무역망을 구상하고 실현시켰다. 영국에 담배와 감자를 전한 사람도 호킨스다. 여왕의 눈에 들어 영국 해군의 회계감에 임명된 뒤 예산을 절약해 선박을 새로 건조하고 구형 선박을 보다 빠르고 전투에 용이하도록 개량하던 그는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와 영국과 결전에서도 부제독에 임명돼 육촌형제인 프랜시스 드레이크와 함께 전승을 세웠다. 평화가 찾아오고 은퇴할 나이를 넘기고도 그는 해상 약탈에 나섰다. 노략질할 스페인 보물선을 찾아 헤매던 1595년 11월12일 푸에트로리코 지역의 선상에서 열병으로 죽었다. 호킨스의 후손이 최근 선조의 죄과를 사과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영국 정부나 왕실이 사과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