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12조공사 발주·6만여 가구 착공… 공공주택 건설·일자리 창출 등에 앞장
보금자리지구 지정 주민 반발 등 고려… 앞으론 소규모·맞춤형방식 늘려갈 것
LH 부채는 사회 기여하는 '착한 부채'… 정부 임대주택 비용이라도 보전해줘야 "이제 재무개선보다는 일자리와 주거문제가 우선입니다. 지난 2년간 경영 정상화의 틀을 잡은 만큼, 올해 한해 12조원의 공사를 발주하고 주택은 6만4,000여 가구를 착공해 일자리 창출과 주거 복지에 앞장서겠습니다." 이지송(71ㆍ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공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 사회 전반의 화두인 '복지' 이야기를 꺼냈다. 대한주택공사ㆍ한국토지공사가 통합된 LH는 지난 1일 출범 두 돌을 맞았다. 이 사장은 "복지는 주거복지가 최선이고 주거복지는 사회 안전망의 마지막 보루", "발주 많이 하는 게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라며 사회 복지 중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일자리'와 '주거'문제 해결에 공사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일자리와 주거 해결은 건설 공기업의 당연한 의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사장은 특히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앞으로 공공 주택 건설 등 공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2년간 천문학적인 부채를 줄이는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사업 재조정과 조직안정, 경영효율, 개혁 등 내실을 다지며 한껏 움츠렸던 LH가 출범 두 돌을 맞아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 사장은 "집을 하나 지으려면 벽지 바르는 사람부터 시작해 수백 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집을 많이 지으면 주거 복지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며 "출범 초기에는 재무 안정이 우선이었지만 앞으로는 공공 주택 건설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일의 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정부와 LH의 핵심 사업인 보금자리주택도 주거 복지라는 대의를 위해 꾸준히 밀고 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민간 건설 경기를 죽일 수 있다는 논란도 있지만 '돈 없는 서민이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가장 못사는 사람들일수록 도시에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하고 보금자리주택은 그런 뜻에서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시작한 사업"이라며 "중대형 아파트는 완전히 민간에 맡기고, LH는 중소형을 중심으로만 싸게 공급해 민간과의 경쟁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최근 불거지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주민들의 반발과 관련해서는 "앞으로는 주민들이 원하지 않고 개발 효용성이 낮은 곳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가 발전과 국민 다수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지역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를 앞두고 분출할 수 있는 '보금자리 님비현상'에 이런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보금자리주택은 경기 과천ㆍ하남, 서울 강동 등에서 토지 보상비, 임대 주택 건설 문제 등을 둘러싸고 사업 시행자인 LH와 해당 지역 주민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사장은 다만 "지구지정이 된 곳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사업을 추진하고, 지금까지 보금자리주택 추진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이 있다면 하나하나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이에 따라 앞으로는 대규모의 신도시급 보금자리주택 지구를 지정하기 보다는 소규모ㆍ 맞춤형 개발 방식을 늘려갈 방침이다. 개발 방식도 공공의 단독 개발보다는 공공ㆍ민간 공동참여를 모색하고, 토지 보상 방식도 현금 보상, 전면 토지 매수 일변도에서 대토 보상 및 관리 처분 방식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사장은 "국민을 위한다는 단 하나의 원칙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면 갈등이 안 풀릴 것이 없다"며 "최근 위례신도시 토지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국방부와 생긴 마찰도 국민을 위한다는 원칙을 통해 순조롭게 해결 할 수 있었다"고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다만 이 사장은 택지 개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토지 보상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적정 보상'을 수 차례 강조했다. 그는 "토지보상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가 내 지론"이라며 토지보상의 한가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사업비가 한 푼도 허투로 쓰이지 않도록 아끼고 특혜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LH의 공적 역할 강화에 따른 재무적인 부담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좀더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H는 지난 2년간 금융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고 부채비율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100조원에 가까운 금융 부채 때문에 매년 4조원에 가까운 이자 비용을 내고 있다. 공공 임대 주택의 경우 한 채를 지을 때마다 9,000만원씩 부채가 늘어나며 세종시, 보금자리주택 등 대형 사업들도 사업비를 회수하는 기간이 상당히 길다. 이 사장은 "LH의 부채가 주거 복지 등 공적 기여를 하는 '착한' 부채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대주택을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도 정부가 보전해 줄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해외 신도시 사업 등을 통해 LH의 역할을 좀더 확대해 갈 것임을 내비쳤다. 자신이 중동 건설시장을 개척한 국내 건설업계의 선구자이고, LH는 신도시 개발의 강자인 만큼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 구심점이 되겠다는 것이다. 다만 LH의 경영여건을 고려해 재무적인 투자가 없는 PM(사업 관리) 등을 위주로 해외 진출이 이뤄진다. 현재 중국 친저우시 신도시 사업 진출과 관련해 삼성물산, 현대건설, SK건설 등 대형건설사와 함께 사업 추진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올해 연말에 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는 LH 출범 이후 첫 번째 해외 신도시 사업으로 앞으로의 추이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사장은 "해외 사업을 포함해 LH가 10년 후 50년 후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미래비전추진단을 설립해 연구하고 있다"며 "출범 3년을 맞는 내년이면 그 비전을 어느 정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국내 공기업 CEO 가운데 최고령자로서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너무 바빠서 아플 시간이 없다"는 워크홀릭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점심을 구내 식당에서 주로 해결하는 이 사장은 식사 후에는 이사진들과 함께 운동장을 돌고 본사 뒷편 불곡산에 올라가 40분 정도 걷고 내려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다. 아침에는 아내가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여 주는 홍삼 물을 꼭 마시고 나온다. 조심스럽게 퇴임 이후의 진로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이 사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내 인생의 마지막 자리"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