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증폭…우리는?

고유가 지속땐 동반침체 빠질수도<br>버냉키 "美경제 예상밖 심각한 위기 가능성"<br>물가상승 압력 강해 경제에 찬물 우려불구<br>한국, 외부악재 내성 커져 긍정론 우세한편



미국발(發) 스태그플레이션의 국내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 호조와 소비 증대 등 회복 국면의 국내 경기가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 속에 세계경기 침체 파고에마저 휩쓸린다면 성장 기조가 훼손돼 저성장ㆍ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신흥시장 경기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되고 있는데다 국내 체력도 수출다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 내성이 강해져 아직까지 비관론 쪽에 무게가 덜 실리고 있지만 고유가 시대가 지속된다면 한국경제 역시 글로벌경제와 동반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증폭=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 상하 양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성장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등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속의 인플레이션 증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미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이 같은 우려는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가계소비지출에 타격을 가하는 한편 유가급등과 달러 약세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소지가 높다는 데 기인한다. 실제로 4ㆍ4분기 미 경제 성장률은 3ㆍ4분기(3.9%)보다 크게 둔화된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경기과열도 문제다. 인민은행은 곧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을 사상 최고치인 13.5%로 인상하는 한편 6번째 금리인상도 단행할 예정이다. 극심한 물가불안 및 과잉유동성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의 물가상승세가 위태로울 지경”이라며 “중국의 고물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돼 한국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상승, 경기회복세 찬물 끼얹나=이미 한국경제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불안한 물가 움직임이 근거다. 10월 소비자물가는 2년5개월 만에 3.0%대에 진입했다. 생산자물가는 3.4%대로 더 뛰었다. 유가급등은 현재진행 중이어서 연말 물가는 4%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물가가 3.0~3.5%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내년 물가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통제 범위를 넘어선 물가상승세는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국내 경제의 걸림돌이다. 물가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져 소비위축과 투자감소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하락으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경제성장의 또 다른 한 축인 내수마저 꺾인다면 결국 한국 경제는 그나마 기댈 언덕이 사라져버리게 되는 셈이다. 수출 역시 세계 경제가 미국의 성장률 둔화에 힘입어 동반 침체할 경우 현재처럼 꿋꿋이 버텨낼지 불투명하다. ◇ 미국시장과 제한적 디커플링에 무게=하지만 이 같은 우려감 속에서도 아직까지 비관론은 소수의 목소리다. 선진국과 신흥시장 경기가 디커플링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내 시장은 소비심리 개선 등 내수가 뒷받침하고 있고 수출도 미국 중심에서 중동ㆍ남미ㆍ유럽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국 경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국이지만 이제 미국보다는 신흥시장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제한적 디커플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효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경제연구팀장은 “미국에 비해 내수가 탄탄하고 수출도 미국보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외부 악재에 내구력이 강해졌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비관보다는 긍정론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고유가 100달러 시대가 계속된다면 고물가ㆍ저성장이라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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