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형 경쟁력'을 구축하라] <3> 시장지배력 원천 '공급체인망'

'거미줄 영업망'… 세계시장 쥐락펴락


● 코카콜라 본사-원료 공급·보틀러-생산·판매 이원 조직 200개국에 글로벌 공급망…시장지배력 막강 전세계 200여개 나라에서 매일 10억병 가까이 팔린다는 ‘코카콜라’. 국경과 인종, 종교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인 코카콜라는 ‘99%의 물과 설탕, 그리고 1%의 비법’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현재 단 2명만이 알고 있다는 ‘톡 쏘는 맛을 내는 1%의 비법’은 코카콜라가 보유한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오늘날 시가총액 1,500억 달러, 브랜드가치 704억 달러의 글로벌 대표상품 코카콜라를 탄생시킨 진짜 ‘비법’은 따로 있다. 바로 “입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라도!”란 구호 아래 현지에서 생산과 유통, 판매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코카콜라만의 독특한 글로벌 공급체인망인 ‘보틀러’ 시스템이다. 보틀러는 코카콜라로부터 원액과 시럽을 받아 코카콜라의 트레이드 마크를 단 완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전세계의 지역 거점들. 독립회사로 움직이는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면서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발휘한다. 코카콜라 본사는 이들을 적절히 통제하거나 지원하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을 지배해 왔고 이것이 바로 ‘세계 재패’의 진정한 원동력이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은 안정적 수익을 통한 풍부한 현금흐름, 마케팅 파워로 이어진다”며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와 마케팅 강화, 생산원가 절감 등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야 할 글로벌 경쟁의 화두가 바로 효율적인 공급 체인망 구축을 통한 시장지배력 확보”라고 지적했다. ◇“입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라도”= “코카콜라의 보틀링 시스템은 단순한 공급망의 차원을 넘어 코카콜라를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만들었다”(‘코카콜라의 진실’의 저자 콘스턴스 헤이스) 코카콜라의 보틀러는 일반적인 대기업의 계열사나 협력회사와 개념이 다르다. 현지 시장에서 코카콜라와 사업공동체로 성장한다. 독자적인 공장을 소유하고 유통망을 확보하며 투자한다. 이러한 투자는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코카콜라와 보틀러의 이익으로 남는다. 보틀러 시스템은 1940년대 코카콜라의 해외진출을 계기로 확산되기 시작해 80년대 전세계 200개국에 글로벌 공급체인을 구축했다. 소비자들은 전세계에서 ‘철저하게 현지 상황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공급망에 길들여지면서 단순히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코카콜라가 늘 옆에 있으니까”라며 콜라를 사서 마신다.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인 토마스 L프리드만은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의 사슬 안으로 들어가면 국지적인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며 “하나의 경쟁력으로 뭉칠 수도 있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화이자 세계 15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영업 사원들 부작용 사례등 보고 '비아그라 신화' 일등공신 ◇‘비아그라 탄생의 비밀’은 글로벌 영업망= ‘블루 큐피터’라고 불리는 비아그라는 실패가 낳은 산물이다. 다국적 제약기업인 화이자는 지난 91년 심장병약으로 ‘실데나필’을 개발했으나 효능이 없어 개발비만 날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 약을 복용한 사람들의 경험은 나중에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 탄생의 열쇠가 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숨은 조력자는 바로 전세계 150개국에 그물처럼 뿌리내리고 있는 영업 조직이다. 화이자의 영업맨들은 현장의 정보와 의견을 본사의 연구 개발자들에게 전달, 비아그라 탄생의 단초를 제공했다. 비아그라는 결국 화이자의 글로벌 공급체인이 만들어낸 대박상품인 셈이다. 비아그라를 비롯해 노바스크(고혈압치료제), 리피토(고지혈증치료제) 등 화이자 제품은 한국에도 이미 친숙한 이름이다. 이 중 노바스크는 국내에서만 한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다. 화이자는 생명을 담보로 장사를 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독점적인 제품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어디에서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무기로 세계 의약품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의 원천은 막강한‘공급 파워’=삼성전자는 지난해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낸드 플래시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격을 50% 가량이나 내렸다. 수요가 몰리고 공급이 달리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세계 낸드 플래시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오히려 가격을 떨어뜨려 시장을 키우면서 도시바, 인피니온 등 후발업체를 견제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이는 일류제품의 자신감과 대규모 생산능력, 그리고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막강한 ‘공급 파워’가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전략이다. 현대차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체코 공장을 지으면서 “프랑크푸르트 기술연구소, 유럽 판매법인 등과 함께 유럽에서 자동차 개발ㆍ생산ㆍ판매에 이르는 일괄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인서 현대차 글로벌전략실 상무는 “설계 및 디자인,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현지 시스템 구축을 통해 판매 극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할 때마다 연구개발-부품(소재)의 일괄생산-완제품 탄생-판매-서비스에 이르는 완결형 투자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공급체인’의 테두리에 넣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허원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무대에서 거대 유통업체가 제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막강한 공급파워가 없으면 시장에서 더 이상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군과 적군이 따로 없는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부터 유통ㆍ판매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정상범 팀장(산업부 차장)·이규진·이진우·김성수·김현수·김홍길·민병권·김상용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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