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변에서 큰 수가 났지만 승부는 도리어 더 확연한 흑승의 양상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큰 수가 있다는 것만 상대방에게 주지시켜 놓고서 슬슬 하변의 패를 계속했더라면 백승이었던 것이다. 흑65는 손해의 팻감이지만 이 정도의 손실로는 판이 뒤집히지 않는다고 구리는 믿고 있다. 백66을 생략하고 가에 따낼 수는 없었을까. 행현연구회는 그것도 안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참고도1의 흑1 이하 11이 예상되는데 이 코스 역시 백이 3집 이상 진다는 얘기였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결정적인 수단을 발견했다고 해서 즉시 그것을 결행하는 것은 절정 고수의 감각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바둑이 묘수를 내고 나서 패했는지를 프로기사들은 잘 안다. 그것을 10여세에 깨달은 이창호는 ‘수가 있음을 읽고서도 못본 척하고 넘어가는’ 노인과 같은 기풍을 연마했고 그것으로 세계를 여러 차례 평정하지 않았는가. 참고도2는 앞 보에서 소개한 그림이지만 너무도 교훈적이므로 다시 한번 싣는다. 이세돌이 백1, 3으로 두었더라면 미세한 대로 백승이었다는 사실. 오후에 이 바둑을 찬찬히 구경한 서봉수의 탄식을 그대로 전한다. “상대방의 결정적인 약점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정말 고수지.” (67, 77…64의 오른쪽. 70…64) 187수이하줄임 흑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