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휴식을 취해도 나른하고 졸리는 봄이다. 지나는 바람에는 어느새 은근한 봄내음이 묻어나지만 겨우내 잔뜩 움츠렸던 몸이 마음처럼 활짝 펴지지 않는다. 봄이 되면 피부는 푸석하고 일에 의욕을 잃어 공연히 짜증만 나는 춘곤증 때문이다.
봄철에는 각종 전염성 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 우울증 등이 악화되기 쉽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 부모님들은 3∼4월에 눈이 녹으면 길가 둑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의 새싹을 캐내어 쑥국을 끓인 후 집안의 모든 식구들에게 먹게 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조상 대대로 내려온 건강 비법이다. 이처럼 봄철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가벼운 운동과 함께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식생활이 좋은 양생법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원기를 북돋워주는 봄나물이 최근에는 그 영양가와 효능에 적합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 이른 봄이면 쑥국을 먼저 먹는지 모르고 먹는 이들이 많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나물은 소나 말이 먹는 것으로 알고 나물 반찬을 여물 보듯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당장 봄 햇살을 맞으며 산과 들로 나가보자. 어느새 파릇파릇 설레는 봄나물의 향연이 시작되고 있다.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면 봄의 향취를 돋을 수 있는 봄나물이 지천이다. 이를테면 맛 좋은 봄나물의 대표주자 냉이, 들에서 나는 한약재 달래, 생명력 강한 야생초 민들레, 피로회복에 좋은 두릅, 여름더위에 강해지는 씀바귀, 항암 치료제 머위, 피를 맑게 하는 돌나물, 알칼리성 산채의 대표 취나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 봄 산이나 들에 자라나는 풀은 아무 것이나 뜯어 먹어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춘곤증을 물리치고 활력을 잃은 몸의 신진대사를 향긋한 봄나물로 원활하게 바꿔보자. 특히 봄의 계절 별미인 나물은 식단의 보배이다. 자연의 향기가 가득한 봄나물은 체내에 부족한 발진의 기운을 보충해주고 식욕을 돋우며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 나른함을 없애주는 고마운 봄의 전령들이다. 봄의 향기를 느끼고 입맛을 돋우는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는 봄나물이 식탁에 오르면 잃었던 입맛과 기운을 금세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