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매도행진을 이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5일 이후 7거래일간 2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지난해 9월22일부터 10월26일까지 24거래일 동안 3조3,01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후 최대 누적 순매도 기록이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고유가와 환율하락 등 증시 주변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 자본에 대한 과세강화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이 비우호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기업실적 부진과 중국의 금리인상, 환율하락 등 단기 악재가 부각되자 일시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일 뿐 그 이상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한다. 당분간 매도세가 이어지겠지만 지수가 어느 정도 조정을 받으면 재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외국인 매도행진 왜=외국인들은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318억원어치의 ‘팔자’ 우위를 보이며 지난달 25일 이후 총 2조3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606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코스닥을 포함할 경우 이 기간 동안 매도규모는 2조940억원에 달한다. 주요 매도업종은 운수장비ㆍ운수창고ㆍ전기전자ㆍ철강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매도행진에 대해 한국 증시가 급등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53.96%로 인도(42.33%), 인도네시아(16.24%), 대만(6.66%) 등을 제치고 신흥시장 1위를 차지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비중이 40% 안팎으로 더 이상 늘릴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하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해 3조633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은 2004년 말 178조원에서 2005년 말 269조원으로 91조원이나 불어났다.
◇‘셀 코리아’ 아니다=여기에 단기 악재들이 부각된 것도 매도를 야기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환율ㆍ유가 등의 대외 악재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대만 등 다른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대만과 인도에서는 각각 13억9,100만달러, 4억6,000만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다음주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ㆍ현지시간 10일) 개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11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조정(11일) ▦옵션만기일(11일) 등의 이벤트도 매수로의 전환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코스피지수 상승과 원화강세 등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며 “당분간 외국인은 적극적인 시장 참여보다는 차익실현 및 소극적 종목 교체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가 ‘셀 코리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파는 게 아니라 사지 않는다는 게 정확하다는 얘기다. 이건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 전망이 긍정적이라 수급 구도를 깰 정도의 순매도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각종 불투명성이 사라지고 지수가 하락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골라LNG의 현대상선 지분 매각, 삼성전자ㆍ포스코의 자사주 매입 등을 제외하면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조원가량에 불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