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은 재미있어야 한다!'

'인터넷은 재미있어야 한다!'감성만족 유익한 즐거움 줘야 공자가 언제 태어났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혼돈의 시대를 살다 갔을 것이다. 그의 사상이 「질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과 신하간의 질서, 부모와 자식간의 질서, 형제간의 질서, 친구간의 질서, 자연과 사람 사이의 질서 등등. 그가 정말 혼돈의 시대를 살았다면 그는 분명 탁월한 마케팅 감각을 지닌 정치가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그는 꿰뚫어 보았으니까. 그가 탁월한 마케터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해 아직도 그의 사상이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공간과 시간을 뛰어 넘는 수요의 창출. 이것이 공자에게 탁월한 마케터라는 말을 아낌없이 할 수 있는 이유다. 올해초 인터넷 기업 수익모델에 대한 논쟁이 일더니 이젠 위기설까지 나돈다. 10월께가 되면 도산하는 인터넷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섯부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신문 코스닥란을 보면 화살표는 연일 밑으로 꺾여 있고 창투사들도 벤처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런 위기의 시기가 바로 마케터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적기다. 그리고 뛰어난 마케팅 감각을 지닌 CEO가 지휘하고 있는 벤처는 자금이 막히고 위기설이 분분하고 있는 지금도 코스닥 시장에서 상한가를 치고 해외투자를 골라서 받는다. 그들은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줄 알고 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줄 안다. 그런 벤처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엔터테인먼트다. 즐거움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누구나에게 먹히는 아이템이다. ◇이모션 그리고 이비즈니스 광고계의 대부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똑똑한 소비자는 물건을 고를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만 이들은 소수다』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소비를 할 때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기준으로 물건을 고르는 사람보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기준으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오길비는 제품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한 가지 강한 이미지를 위주로 광고를 만들었다. 네티즌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려고 하는 것은 즉각적인 감성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게이머들이 PC앞에서 밤을 새우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유익할 것이라는 판단에서가 아니라 그것이 그냥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돈을 내고 회원 가입을 하고 PC방에서 밤을 세운다. ◇재미있지 않으면 인터넷이 아니다 인터넷 벤처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사람들은 오길비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미 마케터들은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최근 라이코스(WWW.LYCOS.CO.KR) 광고 컨셉의 변화는 인터넷 기업이 마케팅 포인트를 「유익한 정보」에서 「즐거움」으로 바꾼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얼마전까지 라이코스의 광고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다주는 충실한 라이코스 도그(개)를 내세워 뛰어난 검색엔진임을 강조했다. 최근 라이코스 광고는 어떤가. 전문직 3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웃고 있다. 그는 어린애처럼 회전 목마위에 앉아 온몸을 흔들며 즐거워한다(자세히 보면 회전 목마가 아이라 검둥이 라이코스 도그다). 그 어른은 아이들의 이상한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말타기를 계속한다. 즐거운 탄성을 내고 있는 그의 벌어진 입에서는 침까지 흐를 것 같다. 그리곤 짧은 카피가 나온다. 「재미있지 않으면 인터넷이 아니다.」 라이코스는 이 광고에서 자사의 사업 전략이 정보 포털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포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전에 뛰어난 검색엔진을 내세우며 라이코스와 광고 경쟁을 했던 야후(WWW.YAHOO.CO.KR)의 광고가 최근 뜸하다. 야후가 어떤 전략으로 광고를 펼치게 될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야후 사이트의 변화를 보면 야후도 머지않아 검색엔진에서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이미지 변신을 할 것 같다. 지금 야후사이트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템들은 바로 방송이다. 증권방송, 영화방송, 음악전문 방송 등 갖가지 인터넷 방송을 모아놓고 링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야후는 더 이상 검색 포털이 아니라 검색창을 달아놓은 인터넷 방송국이다. ◇유익한 재미 엔터테인먼트 벤처 기업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면서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이 재미의 바다가 되고 있지만 한 가지 놓쳐서는 안되는 것은 그것이 유익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전 NC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리지지가 청소년 유해 시비에 휘말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성인 인터넷 방송이 같은 상황에 휘말리고 있다. 방송 내용이 성인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한창 예민한 청소년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성인 방송을 표방하고 20세 이상의 성인만 회원으로 받는 성인 방송국에 몰래 들어오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정보통신부등 관련 당국이 대책을 고심중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문화의 다양성을 획일적인 가위로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 영화 감독 변근해 씨는『내 아이가 채팅을 하며 시키는대로 옷을 벗는 여자가 나오는 방송을 본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인터넷을 만들면서 다양성과 유익함 사이에서 한번쯤은 고민할 때가 아닐까. 김창익기자WINDOW@SED.CO.KR 입력시간 2000/07/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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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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