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아시아는 대안인가


미국과 유럽의 쇠퇴, 그리고 아시아의 부상. 세계질서에서 헤게모니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문명적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대로, 지금까지 아시아는 유럽중심주의 아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는 구미적 척도에 의해 폄하돼 왔다. 유럽이 합리적이고 역동적이라면 아시아는 감정적이고 정체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아시아는 부와 권력이나 지식과 문화의 창출에서 세계의 중앙으로 올라서고 있다.

과연 아시아의 세기는 오고 있는가. 우리는 지나온 역사에서 자학도 나쁘지만 과신은 더 나쁘다는 사실을 배운 바 있다. 아시아의 부상이 미국과 유럽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옥시덴탈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아시아는 전세계적 경제위기의 사각지대가 아니다. 오늘의 중국ㆍ일본ㆍ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성장 중심의 '바오바(保八)'정책에서 안정 속에 성장과 분배를 조화하는 '온중구진(穩中求進)'으로 나아가고 있다. 감세를 통한 내수확대라는 경기부양에 의해 국민소득을 올리려고 한다. 그러나 세계의 공장으로 사치성 소비재도입이 엄청나다. 그동안 지나친 부동산 개발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인해 물량이 넘치고 있다. 주택과 건물의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통해 물량을 소화하려 하지만 3년을 기다려도 해결이 어렵다고 한다. 이 경우 무려 9,300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1.5%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시와 농촌 사이의 격차는 상하이(上海)와 구이저우(貴州)를 보기로 할 때 무려 8배에 이른다. 특히 상위 1%가 전체 부의 41.4%를 차지하고 있으니 엄청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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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계속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원전중단으로 인한 대체 전력을 마련하는데 최소 20년이 걸린다고 한다. 전후 처음으로 계획정전(計劃停電) 아래 제조업의 가동이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아시아 다른 국가들로의 공장이전이 늘어나고 있다. 비록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산업의 공동화가 수출위축에 따른 낮은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역국가 일본이 지난해 31년 만에 겪은 무역적자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정치는 리더십의 부재로 혼미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채무를 지고 있는 일본은 계속되는 재정적자로 인해 무려 233.4%라는 부채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고민은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에 있다. 대부분의 가계는 벌어들인 소득으로 부채를 갚지 못한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무려 156.5%에 이른다. 이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버블이 터지기 직전의 137.7%보다 높은 수치다. 그래도 가계가 유지되는 것은 원금은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높아질 경우 가계부채는 바로 경제위기로 전화될 위험이 크다. 중앙과 지방 정부의 420조7,000억원 채무를 넘어서는 286개 공공기관의 463조5,000억원 빚을 합쳐 국가부채가 884조원에 이른다. 이는 GDP의 71.6%로 적정 국가부채비율 50%를 훨씬 넘는 숫자다.

아시아의 경제적 부상은 다소 과장돼 있다. 중국ㆍ일본ㆍ한국은 이를 직시하고 자원과 시장을 활용하는 지역 공동체 건설에 노력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은 하나의 수단일 뿐으로 사람과 문화의 교류를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복지는 물질적 급부를 넘어 시민적 권리를 넓히는 데 있다. 불통과 불신에서 신뢰와 소통으로 나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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