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효능에 자신감 갖고 사업화 도전<br>'오색황토' 홈쇼핑서 히트<br>메이크업숍 운영해 모은 5,000만원으로 사업 시작<br>고가 화장품 실패후 값싼 제품 출시 첫방송서 매진
| 오색황토 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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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사업이라는 것을 벌여놓고 나서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밀려들었지만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최근 웰빙 열풍에 힘입어 건강에 좋다는 황토 열풍이 불면서 홈쇼핑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오색황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이ㆍ미용 제품들을 만드는 송학의 강경아(37) 사장의 황토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부산 출신인 강 사장은 3남매 중 막내. 경남 고성 지역에 25만평 규모의 광산을 소유했던 강 사장의 부친은 화강암을 재료로 대리석 수출사업을 했다.
광산에서 나오는 맥반석이나 황토는 어릴 적부터 강 사장 남매들에게는 친숙한 소꿉놀이 도구이자 생활용품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배가 아프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마다 어머니가 황토를 가라앉혀 만들어 준 지장수를 마시면 감쪽같이 아픈 배가 나았다고.
강 사장이 황토를 사업화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튀김사건'이 계기가 됐다. 냉동실에 있던 쌀떡을 갖고 튀김 요리를 하던 중 기름이 얼굴에 튀어 화상을 입자 급한 김에 지장수를 찾아내 얼굴을 닦아냈는데 거짓말같이 열기가 가라앉았다.
항아리 바닥의 황토가 얼굴에 닿는 느낌도 매끄럽고 좋아 이런 화장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더구나 강 사장은 이ㆍ미용에 관심이 많아 메이크업 숍을 운영하고 있던 터.
본격적으로 황토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대학 졸업 후 6년여간 숍을 운영하면서 모은 5,000만원으로 2002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회사 이름은 '송학'.
"회사를 설립할 결심을 하고 나서 얼마 있다가 꿈을 꿨는데 푸른 바닷가 한 가운데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고 그 주위를 수백 마리의 학들이 날고 있더군요. 너무 생생한 꿈이라 어머니한테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도 같은 꿈을 꾸셨지 뭐예요. 그래서 '이건 운명이다' 싶어 회사 이름을 송학((松鶴)이라고 지었답니다."
지장수와 오색황토를 섞어서 기본 제품을 만들었지만 제품 용기 및 디자인 개발, 판로 개척 등등 '산 너머 산'이었다. 창업 후 처음 6개월여간은 경기도 용인에 작은 사무실 하나 얻어 놓고 제품 컨셉트에 맞는 화장품 용기며 디자인을 만들어줄 협력업체를 찾기 위해 부천ㆍ인천 지역을 하루에도 십수번씩 오갔다. 이렇게 해서 제품을 만들어 놓고 보니 TV 홈쇼핑을 뚫는 것이 관건이었다.
강 사장은 "홈쇼핑 납품업체들은 'MD(구매담당자)는 왕이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면서 "초창기에는 MD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끈질긴 노력 끝에 2002년 10월 홈쇼핑 첫 방송을 탈 수 있었다. 당시 강 사장이 내놓은 제품은 오색황토에 8가지 한방재료를 섞어 만든 고가의 한방 화장품 '난설헌'.
결과는 참담했다. 소비자들이 홈쇼핑을 통해 10만원이 넘는 고가 화장품을 사지 않는다는 현실을 간과했던 것.
그러나 거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강 사장은 고민 끝에 저렴한 가격에 오색황토 자체의 양을 늘린 600g짜리 오색황토 벌크 3통 세트 제품을 선보였다. 강 사장 자신도, 홈쇼핑 담당자들도 결과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첫 방송에서 매진되며 일약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강 사장은 홈쇼핑에 직접 출연해 제품을 소개하는 CEO로 유명하다.
강 사장은 "이제는 제품에 대한 고객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고, 회사도 성장궤도에 진입해 방송횟수를 줄이는 대신 회사 골격을 갖추는데 힘을 쏟겠다"며 "총매출의 90%를 차지하는 홈쇼핑 비중을 내년에는 70%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대형 마트 직접판매 및 수출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日등 해외마케팅 대폭 강화
● 사업계획
지난 2002년 설립된 송학은 2003년 7억원이던 매출이 2004년 76억원, 2005년 200억원으로 가파르게 뛰어올랐고 올해는 500억원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송학의 놀라운 성장 비결에는 '가족경영'이 있다. 강경아 사장은 3남매 중 막내로 오색황토 경영을 총괄하며, 첫째 강지양 이사는 마케팅ㆍ기획업무를, 청일점인 둘째 강경민 이사는 생산ㆍ물류를 담당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는 것.
송학은 적ㆍ황ㆍ흑ㆍ청ㆍ백 등 다섯 가지 색깔이 한데 어우러진 오색황토의 팩ㆍ비누 등에 이어 최근 동아제약과 기술제휴를 맺고 오색황토 지장수를 이용한 '오색황토 두피케어 샴푸'를 선보였다. 파루와 손잡고 바디스크럽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대만ㆍ일본ㆍ홍콩 등에서 쇼핑몰ㆍ카탈로그ㆍ케이블 방송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해외 마케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미혼인 강 사장은 "오색황토 채취장인 경남 고성에서 황토를 이용한 전신관리가 가능한 휴양지 개념의 황토 체험장 '테마파크'를 설립하고, 자연과 흙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