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제 '불황의 늪' 빠져드나

■ FRB 베이지북 발표소비위축 여전·제조업 1년째 부진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주 뉴욕과 워싱턴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 참극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8월과 이 달 초 이미 미국의 경제활동은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미국 경제의 전망에 우려를 표명했으며,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는 미국 경제의 침체가 빠르고 깊게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FRB 베이지 북, 경기 침체 예고 FRB는 19일(현지시간) 미국 내 12개 지역 연방은행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 북을 통해 미국 경기는 테러 발생 이전에도 소비가 위축되는 등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FRB의 이번 베이지 북은 테러 참사 이전인 9월 10일까지 조사된 것으로 12개 연방은행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경기 위축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의 경기 둔화는 1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으며, 베이지 북 조사 이전 이미 249억 달러의 세금 환불이 이뤄졌으나 8월 중 소비동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등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지 북은 또한 소매업체의 절반 이상이 올해 나머지 기간 동안 매출이 전혀 늘지 않거나 평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FRB의 이번 보고서 내용이 미국 경제가 최근의 테러 참사와 상관없이 이미 심각한 침체 상태에 빠져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 역시 취약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 그린스펀, 美 경제에 우려 표명 조지 소르스는 19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안 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 참석, "애국심은 투자의 생리를 넘어설 수 없다"며 최근 뉴욕 증시 하락의 견인차가 됐던 애국심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침체는 불가피하며, 침체의 속도와 정도는 급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이 미국의 경제 수장인 그린스펀 FRB 의장에게서도 나오고 있다는 것.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미국 의회에서 로렌스 린지 백악관 수석경제비서관,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공화당 및 민주당 수뇌부 등과 가진 긴급 회동에서 "테러 사태가 미국 경제에 주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심리상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특히 자본이득세 감면ㆍ실업급여 확충ㆍ투자세액 공제ㆍ저소득층에 대한 세금감면 등 경기 부양 조치를 촉구하는 의원들에 대해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로 경기 부양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정보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장, 조속한 대책 마련을 통한 경기 부양이 생각처럼 쉽게 이뤄지지는 못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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