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청소 알아서… 똑똑한 제품 신기하네
[인구시계 5000만 시대] 2부 첨단업종 1인가구 제품 대세요리·청소 알아서 척척… 가전시장 멀티·스몰·스마트 바람벽걸이 세탁기·1도어 냉장고 등 크기 확 줄였지만 기능 뛰어나공간 활용성 높고 개성도 만점… AS는 기사 방문없이 전화로 OK
임지훈기자 jhlim@sed.co.kr
마산이 고향인 직장인 이모(35)씨는 서울에 소재한 대학을 졸업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교 주변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 연봉 5,000만원을 받으며 회사를 다니는 그는 고급 가전제품을 마련할 수 있는 형편은 되지만 제품 구입 시기를 미루고 최근 소형 가전제품을 구입했다. 결혼을 하면 어차피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부피가 큰 가전제품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부담된다"며 "가전제품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크기가 작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자업체는 이씨와 같은 1인 가구 소비자를 겨냥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가전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혼 적령기면서 경제활동이 활발한 25~34세 인구 중 1인 세대가 23.1%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다"면서 "전자업체 입장에서 이렇게 매력적인 시장을 놓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작지만 다양한 기능의 멀티가전이 대세=최근 쏟아지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 가운데서도 특히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전이 싱글족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업계 최초로 출시한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는 기존 15㎏ 드럼세탁기의 6분의1 크기(550×600×287㎜)로 벽에 거는 방식을 채용,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다. 3㎏ 세탁용량의 이 제품은 양말, 속옷, 얇은 티셔츠 등 부피가 작은 빨래를 자주하는 1~2인 가정에 적합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도 올 초 공간 활용성을 높인 1도어 미니 냉장고 신제품을 선보였다. 곡선형 디자인을 구현해 밋밋한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이 제품은 민트 블루와 레드 등 감각적인 색상까지 갖췄다. 냉장 전용고에 간이 냉동칸을 갖춰 식음료에서부터 과일까지 다양한 식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엄영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이 제품은 디자인이 예쁜 소형 냉장고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맞춤형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나만의 개성 살린 이색 가전 봇물=지난 3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452리터 용량 LG전자 '시크릿' 냉장고 역시 1인 가구를 겨냥해 개발된 전략 모델이다. 대부분의 솔로들이 양문형 냉장고의 크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동시에 획일적 디자인의 일반 냉장고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제품은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에만 있던 '매직스페이스' 공간을 일반형 냉장고에 최초로 적용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솔로들은 소형 제품이라도 본인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지갑을 선뜻 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따라 소형이지만 기능 및 디자인은 프리미엄급인 특색 있는 제품으로 1인 가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일렉이 지난해 초 출시한 클라쎄 '콤비냉장고' 는 일반 냉장고와는 정반대로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냉장실을 상단에 두고 냉동실은 하단에 위치하도록 했다. 아울러 340리터 용량의 이 제품은 양문형 냉장고 대비 전체 설치면적을 절반 이하로 줄여 좁은 주방공간에도 무리 없이 설치가 가능하도록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 제품은 월 1,000대 이상 판매되며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알아서 척척' 스마트 가전도 큰 인기=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스마트'한 가전도 외부 활동이 많아 가사 시간이 부족한 싱글족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28리터급 지펠 스마트 오븐 주니어는 싱글족과 요리 초보자가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손이 많이 가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요리를 ▦홈파티 ▦홈베이킹 ▦구이 ▦간식 ▦자동 데우기의 5개의 항목으로 분류해, 40가지 자동 조리메뉴를 제품에 채용했다. 이 기능은 소비자가 바비큐립ㆍ닭다리구이ㆍ초코칩쿠키 등 해당 메뉴의 재료를 준비 한 후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별도의 온도나 시간 조절 없이 요리사가 직접 만든 것 같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준다.
1인 가구의 경우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사용 중인 가전제품에 이상이 생겼을 때에도 서비스 기사를 집으로 부르는 데 애로사항이 있기 일쑤. 이에 LG전자는 디오스 냉장고, 로봇청소기 '로보킹' 등에 스마트 진단기능을 적용했다. 사용자는 냉장고, 세탁기의 이상 발견 시 '스마트 진단' 버튼을 눌러 휴대폰이나 전화기로 작동음을 서비스 센터로 전송, 서비스 기사 방문 없이 간편하게 고장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또 LG로봇청소기 '로보킹'의 경우 충전 상태에서 '스마트 진단' 버튼을 3초간 누르면 진단모드로 진입해 30 실제 청소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이상 현상을 자동 진단한다.
업계에 따르면 소형 LCD TV, 냉장고, 드럼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싱글족을 겨냥한 가전 제품 시장이 올해 약 2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사회ㆍ문화 환경의 변화로 1~2인 가정이 증가하는데 이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풍요로운 소비 계층"이라며 "대우일렉은 향후 프리미엄 기능과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적용한 다양한 '프리미니(Premium-mini)'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 싱글족 가전 시장을 주도해나갈 계획"라고 말했다.